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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항공빅딜 찬반 논란, 길게 끌 여유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5 18:23

수정 2020.11.25 18:23

우선 회사부터 살려야
법원은 큰그림을 보길
최대영 항공산업연맹 위원장과 조영남 대한항공노조 수석부위원장, 곽상기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조 위원장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최대영 항공산업연맹 위원장과 조영남 대한항공노조 수석부위원장, 곽상기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조 위원장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첫 고비를 만났다. 서울중앙지법은 25일 사모펀드 KCGI가 일주일 전에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에 대한 첫 심문을 열었다. 법원 결정은 이르면 다음달 1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사 통합을 주도하는 KDB산업은행은 12월 2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통합 여론은 찬반으로 갈렸다. 정부와 산은, 한진그룹은 찬성이고 KCGI와 일부 전문가들은 반대다. KCGI는 경영권 분쟁을 겪는 회사(한진칼)가 제3자(산은)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회장에 맞서 있다. 꼭 3자 배정이 아니라도 대출, 우선주 발행, 자산 매각, 기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아시아나와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KCGI는 산은의 등장으로 한진칼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중에는 KCGI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꽤 있다.

반면 한진그룹은 25일 호소문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붕괴된다"며 "10만명 일자리가 사모펀드의 이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KCGI는 투기세력"이라며 "KCGI가 주장하는 자금조달 방식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산은도 23일 보도자료에서 "양사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산은이 한진칼에 직접 주주로 참여해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 빅딜 결정은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산은의 견해는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다만 우리는 법원에 큰 그림을 볼 것을 주문한다. 세계 항공산업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휘청대고 있다.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국내 항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에 비하면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상대적으로 작은 논란에 불과하다. 경영권 다툼도 기업이 살아남은 다음의 일이다.


25일 항공산업연맹과 대한항공 노조, 아시아나열린조종사 노조 관계자들이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은 상징성이 크다. 팻말엔 "최우선 과제는 고용안정" "3자 연합은 더이상 간섭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법원이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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