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특별기고]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산업경쟁력 안목으로 바라봐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9 14:09

수정 2020.11.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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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철 한서대 교수·한국항공운항학회장
최연철 한서대 교수·한국항공운항학회장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 시 30여년간 유지되어온 양대 대형항공사 체제가 단일 체제로 재편된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편익,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시비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이번 결정을 국내 항공사 간 과당경쟁을 해소하고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인구 1억명 이상의 국가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복수의 대형항공사 제도, 저가항공사 면허 남발로 인한 과당경쟁 등 그동안 양적 위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을 정상화하고, 국적항공사의 체질개선 및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2개 이상의 대형항공사를 운영하는 국가가 미국, 중국, 일본 등 인구 1억명 이상의 국가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복수의 대형항공사 체제를 유지해왔다는 것에 대한 득과 실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엄격히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형항공사당 인구수를 분석해 보면 미국 1억1000만명, 중국 3억6000만명, 일본 6300만명, 독일 8300만명 등 주요 항공 선진국들의 대형항공사당 인구수가 6000만명을 넘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3분이 1 수준인 2600만명이다.
저가항공사 또한 미국의 9개, 중국의 7개, 일본의 8개 등을 고려 시 우리나라의 9개는 과도하다 할 수 있으며, 산업 전체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적정 항공사 수를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경기 순환에 따라 호황기에 신규 항공사가 증가하고, 침체기에는 파산 및 항공사간 인수합병이 발생하는 사례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왔다.

90년대 세계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항공사의 파산 이후 2000년대 초반 유럽을 시작으로 최대 항공선진국인 미국까지 항공사들의 통폐합 움직임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에어프랑스-KLM, 유나이티드항공-컨티넨탈항공, 루프트한자항공-오스트리아항공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과당 경쟁에 따른 경영부실을 극복하기 위해 항공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왔다. 이번 코로나19 펜데믹이 아니었더라도 우리 항공산업 역시 시장상황과 규모에 맞춘 재편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2016년 한진해운 사태 이후 대표적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몰락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글로벌 항공산업의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 항공운송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방역 모범 국가로서의 저력을 발판삼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절대 항공안전체제를 확립하여 항공분야의 국제 위상과 국제민간 항공기구 (ICAO) 이사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미 투자된 시설들에 대한 활용도를 극대화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중복 투자된 자원의 통폐합 및 효율성 제고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때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외국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이전에도 오일쇼크, 911테러, 사스사태 등을 겪었으나 이번 코로나19의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항공산업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 위기 속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 정부, 채권단과 대한항공에 격려를 보내면서 성공적인 운영을 통하여 합병을 승화하고 새롭게 비상하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최연철 한서대 교수·한국항공운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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