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하나된 미국' 바이든의 꿈.. 장애물은 철옹성 트럼프 지지자 [글로벌 리포트]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9 16:28

수정 2020.11.29 21:43

당선후 첫 행보는 '아메리카 퍼스트' 지우기
美대선 유권자의 절반에 달하는
트럼프 추종자 마음돌리기가 최대 과제
승리선언서 외친 통합 실패땐 더 큰 분열
4년간 무너진 동맹국과의 관계도 문제
베테랑 외교 드림팀 구성해 정면승부
전세계 "바이든 대화 통해" 평가하지만
美우선주의 폐기 선언 넘어 확신 줘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대수술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대수술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랜싱 주의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를 한 시민이 갖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AP뉴시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랜싱 주의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를 한 시민이 갖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4년간 세계는 '익숙지 않은' 미국의 모습을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더이상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을 외쳤다. 전통적인 외교 동맹들을 흔들고, 다자주의 대신 고립주의적 외교를 택했다. 국제기구, 국제조약 등에서도 줄줄이 탈퇴했다. 세계를 이끌던 모범국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국제무대에서 외톨이가 되어갔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외교가에선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당선인은 '아메리카 퍼스트 지우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각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공통적으로 딱 하나를 강조하는데 바로 "미국이 돌아왔다"는 말이다. 그는 멀어진 전통적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베테랑들로 구성된 '외교 드림팀' 내각을 발표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깨부수고, 당장이라도 바이든 당선인이 구상하는 아름다운 세계가 될 것만 같다. 하지만 현 외교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들이 "환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가 사라져서는 안된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당선으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4년 만에 끝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의 생명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아메리카 퍼스트'를 폐기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반감으로 미국 내 분열이 더욱 커질 공산도 크다.

■길 잃은 '아메리카 퍼스트'

바이든 당선인은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기 위해 아메리카 퍼스트 추종 세력을 결집시켜야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7일 대선 승리 선언 연설에서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고 '치유자'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념에 상관없이 다시 하나의 미국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전체 유권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대선 패배 이후 공식 활동을 줄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랜만에 백악관 행사장에 등장해 "'미국 우선주의'가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내놓은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내다보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 사회를 더 극단적으로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지만, 그가 받은 특표수는 7200여만표로 역대 대통령 득표수 3위에 올라있다. 지난 대선때보단 600만표 이상 많은 표를 받았다. 즉 절반의 미국 유권자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라 불릴만큼 그의 지지층은 상당히 견고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4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4%가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국을 만들기 위해선, 이들의 마음을 돌려야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화합을 강조하며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언했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더 큰 분열만 초래할 수 있다.

■동맹국들 "정말 믿어도 될까?"

"미국이 돌아왔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 사이에선 정말 미국을 믿어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바이든의 승리에 안도하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손상된 관계가 예전처럼 복구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인 것이다. 미국 NBC 방송은 최근 "미국의 파트너들은 혼란스러웠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데 대체로 안심하고 있지만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갖고 있고 미국의 양극화한 정치도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 이란 핵 합의,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계속해서 마찰을 빚으며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드러낸 바 있다.

마고트 발스트룀 전 스웨덴 외무장관은 NBC에 "유럽과 전세계가 조금 안심할 수 있다. (바이든은)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면서도 "바이든이 기적을 행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그저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퇴직한 미국 외교관 제임스 빈더너절은 독일 당국자들에게서 거듭해서 받은 질문이 '우리가 미국을 믿을 수 있나'라는 것이었다면서 "약속을 지키는 미국의 능력에 대한 신뢰는 깊이 흔들렸고 트럼프가 떠난다고 해서 (동맹의) 믿음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느낌이 있는 것"이라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 복원 의지를 입증할 수 있는 선언 이상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도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정책 향방을 다룬 기사에서 "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을 비롯해 전 세계에 미국을 정말 믿을 수 있는지 확신시키는 것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의 구상을 '환상의 세계'라고 칭하며 맹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발언에 대해 "멋진 칵테일 파티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는 다자주의인가"라며 "이는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