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9 18:00

수정 2020.11.29 18:11

[특별기고]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길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안정적 일상을 염원하는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고, 주가지수와 유가·금값이 출렁이는 등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국내에서도 미래 주력산업이라는 정부 선언과 맞물리면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전례 없이 높다. 기대감에 부응하듯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은 수치로 증명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올해 신약 기술수출 실적은 10월 현재 10조원에 육박, 이미 지난해 실적(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의약품 수출액은 6조58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채용 확대에 앞장섰고, 연구개발과 설비를 고도화하는 등 미래투자에도 여념이 없다.

하지만 산업을 둘러싼 현실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연매출 1조원 돌파 기업이 잇달아 출현하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기업과 어깨를 견주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역시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규정, 응원하고 있지만 모든 시책이 산업 육성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우리가 소망하는 글로벌 제약산업으로 성장과 도약. 한국제약바이오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글로벌 제약강국에 다가서기 위해선 한국형 제약산업 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너도나도 식의 백화점식 개발·생산, 그렇다고 무조건적 신약개발 역시 정답이 아니다. 대형, 중견, 중소업체가 개별 기업의 특장점과 역량을 살려 혁신신약과 기술기반의약품, 제네릭의약품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점 있는 분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특화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혁신신약은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들지만 성공확률은 0.01%에 불과하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전형인 만큼 연구개발 역량과 자본이 뒷받침되는 기업들이 의욕을 갖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혁신신약의 전 단계인 기술기반의약품(개량의약품)은 중견기업들이 보유한 노하우가 상당하다. 파머징 국가에서 국내 기술기반의약품 수요가 높은 만큼 이 시장을 집중공략하면 국부 창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제네릭의약품에 대해선 다양한 시각이 교차한다. 제네릭 난립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품목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코로나 국면에서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한 제약주권의 토대로 기능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제네릭이 한국 제약산업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유지되려면 품질로 승부를 내야 한다. 중국과 인도의 값싼 제네릭과 차별화된 고품질 제네릭을 들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진출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제네릭이 가야 할 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은 국가적 지지와 함께 보다 확장된 역할을 요구받게 됐다. 의약품 특성상 무수히 많은 질환을 개별 기업이 전부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산업을 구성하는 개별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대형·중견·중소형 등 규모에 따른 기업의 선택과 역량의 집중, 산업군의 균형발전을 기반으로 다양성을 포괄해 나가는 것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선 장벽을 뛰어넘고, 현실을 극복해내려는 기업체의 의지가 바탕이 돼야 한다.
산업을 통한 미래가치 창출은 결국 산업계의 몫이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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