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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넘쳐나는데… 소비 줄고 일자리 사라졌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9 18:12

수정 2020.11.29 18:12

자산시장과 따로노는 실물경제
증시 랠리에도 상장사 실적 바닥
나랏돈 풀었지만 서민지갑 꽁꽁
기업은 투자 않고 현금 쌓아둬
돈 돌지않는 '유동성 함정' 직면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감염 우려로 이동이 줄고 있다. 지난 28일 토요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의 대표적 쇼핑거리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정부는 29일 수도권 거리두기는 2단계로 유지하지만 사우나·실내체육시설 등의 방역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감염 우려로 이동이 줄고 있다. 지난 28일 토요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의 대표적 쇼핑거리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정부는 29일 수도권 거리두기는 2단계로 유지하지만 사우나·실내체육시설 등의 방역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돈 넘쳐나는데… 소비 줄고 일자리 사라졌다
과잉 유동성이 시장 왜곡현상을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

시장에 넘쳐나는 자금의 위력이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를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증시 랠리 속에 기업 실적은 악화일로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에도 과잉 유동성 유입 탓에 주택 가격은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의 재정투입에도 정작 민간소비는 바닥을 기고 있다. 경제지표와 실물경제가 따로 노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시중에 쏟아진 돈이 돌지 않고, 경제주체의 화폐보유만 증가하는 '유동성 함정' 위기마저 제기된다.

■코로나 여파에도 증시·부동산 '훨훨'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예측하고, 내년 한국 경제가 3.1%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 9월 내놓은 전망치(3.5%)에서 0.4%포인트 내려 잡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은 연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7.54포인트(0.29%) 오른 2633.45로 마감됐다. 이에 따라 이틀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해 말 27조3900억원이었는데 지난 18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65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코스피 최고치 경신에도 코스피 상장사들의 실적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별 실적을 기준으로 올 들어 지난 3·4분기까지 12월 결산법인들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3.91% 줄었고, 영업이익은 9.36% 증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제외할 경우 매출액은 1년 전에 비해 5.62% 줄었고, 영업이익은 2.60%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과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실물시장의 심리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되레 집값과 전셋값 급등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에 따르면 6·17대책 발표 이후 6월 CSI는 전월 대비 16포인트 뛰었고,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인상을 담은 7·10 대책 이후인 7월에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급등했다. 심지어 이달 CSI는 130으로, 2013년 1월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집값은 잡히지 않고 집값 상승 기대심리만 높인 셈이다.

■유동성 온기, 바닥경기 닿지 않아

유동성 확대의 부작용은 민간 소비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금, 결제성예금에 2년 미만의 금융상품을 더한 광의통화(M2)는 지난해 말 2908조원에서 올 9월 말 3115조8000억원까지 불었다. 기준금리는 연 0.5%로 누구나 쉽게 빚을 내는 시대가 됐다.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라면 이 같은 유동성은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물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지자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일자리는 쪼그라드는데 자산시장만 커진 셈이다. 정부가 유동성을 늘려 내수진작을 노렸지만 민간소비 회복세는 더딘 형국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하락했다.
2·4분기 1.4% 상승하며 일시적으로 살아났지만 다시 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경제에 큰 화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 괴리가 심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시장의 잠재불안 요소는 있지만 구조적 문제가 현재 시장에서 커지고 있지 않다 보니 잠재불안 대비 유동성의 힘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미정 김동호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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