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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윤석열 총장 복귀 마땅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1 18:00

수정 2020.12.01 18:00

[서초포럼] 윤석열 총장 복귀 마땅하다
"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당신의 자백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국선변호인 선임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미란다 원칙'은 영화에서 경찰이 범인을 체포할 때 꼭 외우는 말이다. 형사가 메모지를 꺼내 읽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웃자고 하는 장면이지만 현실에서는 중요하다. 미란다 원칙 중 하나라도 빠지면 범인의 자백은 설사 자발적이라 해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
그런 자백을 토대로 찾아낸 물적 증거도 배척된다. 범인임이 명백해도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미란다(Ernesto Miranda) 본인도 그렇고, 미란다 원칙 완성에 기여한(?) 사람들은 강간, 살인 등 흉악범죄 피의자들이었다. 혐의가 충분하지만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범죄에 대한 처벌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 건 당연하다. 미 의회가 '범죄통제법'을 만들어 전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자백의 임의성을 판단하도록 한 것도 그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절차적 정의가 결여된 실체적 진실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만은 굳건하다. 피해자 보다 범인의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인류 공통의 유산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헌법이 진술거부권, 변호인 조력권,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 부인 등을 채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징계위 회부를 단행하고, 윤 총장은 추 장관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처음 보는 풍경이겠는가. 아마도 세계 역사상 초유일 것이다. 윤 총장 징계 내용의 적절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른 절차적 문제점만은 분명하다. 숱한 하자가 있지만 결정적 장면은 감찰과 징계의 문제다. 감찰은 수사에 해당하고, 징계위 회부는 기소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사건에서도 충분한 수사가 있어야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수사(감찰)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소부터 한 후 소명은 법정(징계위)에서 하라고 한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감찰 사유와 징계 사유의 괴리도 결정적 하자이다. 윤 총장 감찰 사유는 옵티머스 사건, 검언유착 사건 등에서 업무소홀과 측근 감싸기 등이었다. 판사사찰 의혹은 그야말로 느닷없이 징계 사유에 들어간 것이다. 수사할 때는 사기죄였는데 기소할 때는 살인죄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어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참석한 7인의 감찰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직무배제는 부적절하다"고 뜻을 모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윤 총장에게 징계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고,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이 절차의 중대한 흠결이라는 것이다. 3명의 위원들은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고 더 강한 소수 의견을 냈다. 같은 날 윤 총장의 직무배제 효력 정지 신청을 용인한 법원의 결정도 마찬가지 취지다. 이제 공은 추 장관에게 넘어갔다. 자신이 임명한 감찰위원들과 사찰 피해자(?)인 판사들을 적폐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징계위를 강행해 결과를 내놓아도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윤 총장 측의 기일 연기 신청을 수용하고 증거자료도 제공해야 한다. 흉악범 처벌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임은 법률가들이 잘 알지 않는가. 징계처분 효력정지 신청 등으로 또다시 장관과 총장이 법정 공방을 벌이는 우스운 꼴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얽힌 실타래는 처음부터 매듭을 풀어야 마땅하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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