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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싸지만 개별 취사·세탁 못해… 맥빠진 ‘호텔임대주택’ [현장르포]

김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1 17:58

수정 2020.12.01 17:58

LH 청년임대주택 '안암생활'
220억 투입해 호텔 리모델링
장관 예고한 전세대책 모델과 같아
전용 13㎡의 고급 고시원 수준
전세난 해소하긴 어려울 듯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시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최근 입주에 들어간 서울 성북구 안암로 '안암생활' 내부 모습 사진=서동일 기자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시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최근 입주에 들어간 서울 성북구 안암로 '안암생활' 내부 모습 사진=서동일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전세대책 일환으로 예고한 '호텔임대주택'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인 가구를 수용하는 기숙사형 청년주택이었다. 특히, 호텔임대주택이지만 개별 취사시설이나 세탁시설은 없고, 가구당 면적도 전용 13㎡ 수준이라 '고급 고시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임대', 전세대책과 멀어

1일 LH가 공개한 서울 안암로 '안암생활'은 호텔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총 220억원을 들어간 사업이다. 호텔임대 사업은 '주거복지로드맵 2.0'에서 노후 고시원·숙박업소를 리모델링해 1인 가구를 공급하는 청년공공임대로 추진되던 사업이다.

'안암생활' 자체가 올해 2·4분기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기 때문에 11월 발표한 전세대책 이전에 이미 공급이 확정된 주택인 셈이다. 따라서 전세대책(11만4000가구)에서 밝힌 공실 상가·오피스·숙박시설 리모델링 물량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입주자 모집도 전세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 8월 완료해 입주를 시작한 상태다.

사실상, 수도권 전세난 해소와는 거리가 먼 임대주택인 것이다. 그러나, 김 장관은 지난 달 30일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전세대책과 관련, 호텔 임대주택이 '호텔거지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현장에 가보면 청년에게 굉장히 힘이 되는 주택을 공급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시장전문가는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책에 '호텔임대' 이슈가 부각되자 과거 역세권 청년공공임대를 마치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임대료는 저렴 개별취사·세탁 불가

실제, 세대 내부를 살펴봐도 일반 주택보다는 고시원이나 기숙사에 가까웠다. 안암생활은 관광호텔을 개조해 지상 10층에 총 122가구(복층형 56가구와 일반형 66가구)로 구성됐으며, 원룸형 주거공간에 개별 세탁시설이나 취사시설은 빠졌다. 세대 내부는 전용 13㎡가 기본형으로 복층은 최대 17㎡(장애인형은 26~30㎡) 규모다. 실제 욕실·화장실 공간을 제외하면 빌트인으로 갖춘 침대와 책상·책장 말고는 세탁기·싱크대 등 추가 편의시설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다.

이에 대해 LH는 "공유주방·공유세탁실, 코워킹스페이스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춰 1인 거주에 최적화 된 주거형태"라고 설명했다. 임대료는 저렴하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만~35만원으로 주변 시세대비 반값 수준이다. 관리비는 6만원 정도다.

하지만 안암생활같은 기숙사형 호텔임대를 전세대책 일환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입주자가 혼인 등으로 동거인(2인 거주)이 생기면 거주 자격도 박탈된다.

향후 전세대책으로 공급될 호텔임대가 안암생활같은 기숙사형으로 진행될지, 독립주거형으로 갖춰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호텔(임대물량)은 1000가구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세대책 총 공급물량인 11만4000가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공급시기와 대상지는 정해지지 못했다.


박세영 LH 사회주택선도사업추진단장은 "아직 전세대책에서 언급된 호텔임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되는 것은 없다"며 "다만 이달 중 추가로 사업설명회를 갖고 대상사업을 물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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