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명 중 6명은 친구나 이웃에 당해… 무너진 신뢰, 사기범죄 부른다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인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1 18:01

수정 2020.12.01 18:03

금융기관은 사기피해 책임 회피
1억 이하 사기는 불구속 대부분
범죄수익 회수 못한 사건도 95%
10명 중 6명은 친구나 이웃에 당해… 무너진 신뢰, 사기범죄 부른다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인가]

한국인 100명 중 1명은 사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이는 만14세 이상 국민 4400만명 기준으로 피해자가 40만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연간 사기가 6만여건이나 적게 발생하던 2014년도 통계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조사를 진행했다. 누구에게 어떻게 사기를 당했는지 물었다. 답은 충격적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사기피해를 입은 건 10명 중 3명 뿐이다. 6명은 친구나 이웃에게, 1명은 친인척에게 사기를 당했다.

■신뢰붕괴,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

폭증하는 사기는 신뢰의 붕괴에서 출발한다. 사회적 자본인 신뢰가 붕괴하면서 사기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신뢰도 낮은 사회에 속한다. 지난해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자본 부문에서 전체 167개국 중 142위를 차지했다. 교육·보건·경제·기간시설·생활환경 등 대다수 분야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한 한국이 유독 사회자본 분야에서는 맥을 못춘 것이다.

라임과 옵티머스로 대표되는 사모펀드 사기사건은 빈약한 사회자본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2015년 정부가 사모펀드를 활성화한다며 투자제한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자산운용사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며 "이번에 피해본 걸 보면 5억원 미만 피해자가 검증 안 된 사모펀드 운용사한테 당한 게 절반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라임이나 옵티머스가 아니라 금융기관을 믿고 투자했음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은 형량, 범죄수익 환수도 어려워

신뢰를 저버린 건 금융기관만이 아니다. 사기 피해자들은 법원에서 또 한 번 낙담하고 절망한다. 유발한 피해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 때문이다.

현행법상 사기죄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하지만 세부 양형기준은 그보다 훨씬 약하다. 1억원 이하 일반사기는 징역 6개월에서 1년6개월이고 초범이거나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면 집행유예를 받기 십상이다.

수사도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기죄가 하도 많다보니 1억원 이하 사기범을 구속수사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사수신 사기 같은 경우엔 실제 수십억대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처음 신고된 피해액이 많지 않으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범죄수익을 빼돌릴 시간이 충분한 것이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1억원 이하 사기는 불구속이 원칙이거나 이런 규정이 정확히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사기사건이 워낙 많고 인권 차원에서 구속을 최소화하는데 가해자가 그동안 개별 합의를 본다거나 변제의사가 있는 것처럼 일부 갚아버리거나 하면 혐의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피해금이 잘 환수되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4년 사기범죄 회수금은 1%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전체 사기사건 중 단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사건이 95%나 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