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쓰는 건 불가피하나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야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야
새해 슈퍼예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재정을 넉넉히 풀었다. 그 덕에 한국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재정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일 올 3·4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6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3%에서 -1.1%로 0.2%포인트 높였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 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년 예산 증액에 합의한 것은 무조건 질책할 일이 아니다.
3차 재난지원금으로 3조원을 할당한 것도, 피해가 큰 업종과 계층에 선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재난지원금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우리 사회안전망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증거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같은 지속적인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지금은 임시변통으로 재난지원금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는 여야가 돈을 쓰는 것만큼 돈을 관리하는 데도 신경을 쓰길 바란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누울 자리 봐가며 발을 뻗으라고 했다. 여야가 손잡고 재정을 헐기 시작하면 어떤 장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로 묶는 게 목표다. 사실 개정안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예상된다. 60%는 너무 느슨하다. 적용 시기도 2025년부터다. 문재인정부는 쏙 빠져나갔다. 예외조항도 광범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준칙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야 장차 또 다른 위기가 닥칠 때 그나마 우리 경제가 기댈 언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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