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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산소통 탑재 활어차, LPG 차량과 뭐가 다른가” [현장클릭]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7 08:00

수정 2020.12.07 09:43

김활영 제주광어활어차연합회장 “활어차, 여객선 선적 금지 유예해달라” 호소
해수부, 안전 이유 압축산소통으로 전환 조치…업계, 적재량↓·페사율↑ 난망 
김활영 제주광어위탁판매활어차연합회장
김활영 제주광어위탁판매활어차연합회장

【제주=좌승훈 기자】 해양수산부가 내년 1월부터 제주지역 활어운반차량에 대해 카페리 여객선 선적을 금지하고 나서자, 제주광어위탁판매활어차연합회(회장 김활영)는 물론, ㈔제주산활어유통연합회(회장 방만식)·㈔제주해수어류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한용선)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존 제주지역 양식광어 유통시스템을 뒤엎는 일이어서, 제주산 활어 유통과 양식산업이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제주 양식산업·유통업체 존폐 위기

해수부는 기존 액화산소통이 탑재된 활어운반차량에 대해 안전을 이유로 압축(기체)산소통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2019~2020년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2024년까지 차량연식에 따라 단계적으로 선적을 금지하고, 2025년부터는 전면 시행한다는 것이다.

김활영 활어차연합회장은 이에 대해 “제주광어는 전국 생산량의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육지부로 반출되는 해상운송 대부분이 카페리 정기 여객선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다른 지역에 비해 물류비 부담이 큰 마당에, 압축산소통으로 바꿀 경우 차량 1대 당 활어를 수송할 수 있는 양이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폐사율도 높아 해수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특히 “제도 시행에 앞서 피해 당사자인 활어차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압축산소통이 기존 액화산소통보다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안전한 대안이 나올 때까지 연식에 따른 선적 금지를 유예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와 청원서를 국민권익위원회와 청와대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활어차업계는 광어뿐만 아니라 강도다리·돌돔·방어와 같은 활어류를 육지로 반출할 때, 카페리 정기 여객선을 이용한다. 김 회장은 “시간이 시장을 만든다”고 말했다. 화물선과 달리 입·출항 시간이 일정하기 때문에, 출하작업을 제 시간에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체산소통 안전하다는 근거 뭐냐?

기상악화와 함께 거래처에 급히 납품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화물선 이용을 꺼린다. 더욱이 화물선을 이용할 경우, 차량 운전자는 임시 승선원으로 분류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또 “운항 과정에서 휴식을 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여객 승선권이 추가되더라도 카페리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지역 활어운반차업계가 액화산소통 탑재 활어차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카페리 여객선 적재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자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달며 차량 시위에 나섰다.
제주지역 활어운반차업계가 액화산소통 탑재 활어차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카페리 여객선 적재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자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달며 차량 시위에 나섰다.

김 회장의 경우, 도내 양식장을 돌아다니며 4.5톤 활어차에 광어를 적재한 후, 당일 오후 카페리 여객선을 이용해 육지 납품처로 간다. 이어 육지에 도착하면 곧바로 통영·울산·포항·대구 등의 거래처를 다니면서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납품한다.

문제는 적재량과 폐사율이다. 김 회장은 “액화산소통은 4,5톤 차량에 1통 당 1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6통을 적재하는 압축산소통은 18시간 밖에 안된다. 운반량도 액화산소 차량은 2.5~3톤을 적재할 수 있는 반면, 압축산소 차량은 폐사율과 직결돼 1.8~2톤 밖에 싣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액화산소 차량은 수중 분사되는 산소량이 풍부해 이동 중 폐사율이 적지만, 압축산소 차량은 이동 중 차량 고장으로 배터리가 작동되지 않을 시 폐사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AC 블로워(blower)와 전기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산소통을 실제로 사용해 운송하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경험상 액화산소가 압축산소보다 안전하다고 본다”면서 “액화산소통을 자동차관리법 상 검사항목으로 지정해 준다든지, 공인된 검사기간에 액화산소통과 압축산소통의 안전성 검사 요청과 같은 대안이 나오기까지 기존 방식대로 여객선 선적을 허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 탱크로리와 활어운반차가 같나?

앞서 해수부는 2007년 자동차관리법 제34조(자동차 구조·장치의 변경)에 근거해 구조장치 변경 승인을 받아 액화산소통을 적재했을 경우 자동차의 일부로 보고 여객선 적재를 인정해왔다. 활어운반차에 적재된 액화산소는 자동차의 연료유(LPG·액화석유가스), 에어백 가스, 냉장고의 프레온처럼 화물이 아니라, 차량 운행을 위한 연료유와 같은 필수 상용물로 해석했다. 한국해사위험물 검사원도 활어운반차의 산소통은 자동차의 부속품이므로 위험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해수부는 국제 수준의 안전기준을 만든다며 기존 입장을 바꿔 액화산소통 탑재 활어차의 여객선 선적 금지에 나섰다.
해수부는 관련 법규로 ‘위험물 선박수송 및 저장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법규는 ‘액체산소 액체·암모니아·염산 등과 같은 위험물을 적재한 탱크차를 여객선에 적재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법규상 ‘탱크차’는 석유제품류·액체가스·약품류 등의 액체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탱크를 갖춘 ‘탱크로리’를 말하는 게 아니냐”며 공인된 검사기관에서 압축·액화 산소통의 안전도 검사를 의뢰해 명확한 답변을 얻을 때까지 연식에 따른 단계적 선적금지 조치를 유예해 줄 것을 거듭 호소하는 한편, 제주도정도 광어유통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사안으로보고 적극 개입해 줄 것을 촉구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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