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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든株 빚내서 올인… 통장도, 일도 저당잡힌 청년들 [주식에 빠진 20대]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6 18:13

수정 2020.12.06 18:13

20대 신용거래융자 157% 급증
거액 벌었다는 지인 말에 조바심
신용대출까지 받아 해외주식 투자
주가 궁금해 업무도 손에 안잡혀
코로나·바이든株 빚내서 올인… 통장도, 일도 저당잡힌 청년들 [주식에 빠진 20대]
#1.직장인 20대 김신훈(가명)씨는 최근 주변 친구들과 직장 상사들이 '영끌'로 주식을 해서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솔깃했다. 주식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김씨는 자산 2000만원에 3000만원을 대출해 총 5000만원을 만들었다. 상사의 조언을 듣고 조 바이든 관련 주식에 올인했지만 트럼프가 이긴다는 뉴스에 큰 손실을 안고 팔았다. 하지만 다음날 바이든이 역전하면서 팔았던 주식이 20~30% 올랐다. 남은 돈으로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테마주를 샀지만 오히려 손실은 커졌다.

#2.대기업에 다니는 29세 박진철(가명)씨.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주식을 시작했다.
박씨는 기업가치를 분석하거나 공부할 시간이 없다 보니 정보 교환을 위해 주식 관련 채팅방이나 유튜브에 의존했다. 결국 박씨는 최근 한 채팅방에서 공유해준 정보로 수천만원을 투자했지만 투자액이 반 토막이 났다. 박씨는 "월급을 모아 집 한 채도 살 수 없는 현실 속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노리며 주식을 시작했다"면서 "업무 시간에도 일이 손에 안 잡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뛰어들면서 손실을 보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30~40대에 비해 유동성이 크지 않은 이들은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서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번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집포자', 주식 '대박 꿈'에 올인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사상 처음으로 신용공여 잔액이 18조원을 넘어섰다. 올초 9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신용공여 잔액이 11개월 만에 2배로 불어났다.

특히 20대 개인들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공여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받아 주식에 나서고 있다. 취업난과 집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결혼도 힘들어지자 주식에 희망을 걸고 '대박의 꿈'을 노리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을 기준으로 20대 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4178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말 1624억원에 비해 2554억원(157.3%)이나 급증한 수준이다. 투자할 자금이 부족하자 신용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서울 합정동에 사는 29세 직장인 이모씨는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대출을 받아서 주식을 매입했다"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귀띔에 한 해외주식 종목에 6000만원을 투자했다. 기업가치에 대해서 전혀 분석해본 바 없지만 고급 정보가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 지인들 중에는 생활비 20%만 빼고 나머지 월급의 80%를 주식계좌에 넣고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투자를 하다가 수익률이 악화되면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주가 상승, 하락 제한폭이 없는 미국 시장으로 넘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업무 지장은 물론 신용도에도 영향

문제는 주식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도 없고 재무제표도 확인하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지인들에게 좋다는 소문만 듣고 거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손실이 커지면 성급히 만회하려는 욕심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주식에 빠지게 될 우려가 크다.

28세 직장인 이모씨는 주식 투자로 10억원을 벌고 퇴사한 직장 상사가 코로나19 백신 관련주를 사서 5배 이상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에 '바이오' 종목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씨는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가치 평가'나 주가수익비율(PER)이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고 내용도 어려워 그저 하루 종일 차트가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만 들여다본다"면서 "하도 오르락내리락하니 업무에 집중을 못할 정도고 다른 직원들도 다 차트를 켜두고 있어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이런 심정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이에 대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신용융자로 대출받은 개인이 만기일(통상 3개월)까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 의사와 관계없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매매를 말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빚투의 경우 잘 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증시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에는 원금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더 심각해지면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단기간에 큰 폭의 수익을 내기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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