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자료제출 요구에 해경 "제출할 것"
해경 요구 사양 특정업체 제품과 꼭 맞아
해경 "필요한 사양 정했을 뿐, 문제 없어"
성능 의혹도··· 해경 "새 기기 적응과정"
■해경 레이더 입찰 들여다본다
7일 감사원과 해경 등에 따르면 감사원이 해경 레이더 사업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최근 해경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해경은 조만간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레이더는 우리가 직접 선정하지 않고 탐지거리랑 출력을 정해서 조선소에 의뢰하면 건조사에서 선택해 장착하는 것”이라며 “떨어진 경쟁사에서 (감사원에)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고 기술적인 자료나 그런 걸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해경이 신조예정인 함정 23척에 들어갈 레이더 46기 설치와 기존 경비함정에 설치된 노후 레이더 교체 사업이다. 신조 함정은 3000t급 1척과 500t급 8척, 200t급과 100t급 각 7척씩이다. 기존 함정 규체규모는 120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레이더 선정 권한은 건조를 맡은 조선사가 갖고 있다. 입찰비리를 막기 위해 해경은 필요한 사양만 정하고 조선사가 사양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설치하는 것이다.
제기된 의혹은 해경이 조선사에 특정 업체 레이더에 꼭 맞춘 사양을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3000t급 선박에 들어갈 레이더는 송신출력을 400w급으로, 1000t급 선박용 레이더는 300w급으로 공고했다는 것이다.
특히 1000t급 선박 레이더 교체사업 공고는 이례적으로 3차례에 걸쳐 사전공고를 변경해 이탈리아 젬 일렉트로닉스(GEM ELECTRONICS)사 제품 규격과 꼭 맞는 사양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해경 "새 기기 적응하는 과정"
업계에선 이 같은 조치가 GEM사 제품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란 의견이 팽배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경이 GEM사 제품 외에 전 세계적으로 효율이 떨어져 제조하지도 않는 방식의 해상 레이더 출력사양과 규격을 정확히 일치시켜서 입찰공고했다”며 “조선소 입장에서 고성능 최첨단 레이더를 도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성능에도 우려가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이 레이더는 해경이 2018년도부터 도입을 시작해 이미 500t급 해경함정에 16대가 탑재된 상태”라며 “16대 레이더 모두 부실성능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이번에도 도입가격이 높은 저급성능의 특정사 장비를 또 다시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박 레이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관계자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옛날은 멀리 내보내는 최대출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기술발전으로 탐지거리가 문제없이 확보되니) 평균출력이랑 펄스폭, 반복주파수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며 “최대출력이 8배 더 나온다고 8배 더 멀리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어차피 쓰는 건 최대 48마일(약 89km) 정도인데 얼마나 정확하고 섬세한지를 봐야지 피크파워(최대출력)로 제한을 걸어 다들 황당해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올해 GEM사 관계자가 한국에 들어와 수리 등 작업을 진행했으나 끝내 결함을 고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해경은 일선 지방청에 지시해 문제 레이더에 대한 승조원들의 만족도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해군보다 빨리 이 방식(디지털) 레이더를 도입한 건데 새로 들어오다 보니 승조원들이 적응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승조원들이 다 적응해서 만족스러워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함정의 눈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레이더의 성능은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사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해경은 해상안전을 책임질 뿐 아니라 유사시엔 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함정이) 한두 척도 아니고 최대 150척까지 들어갈 수 있는 레이더인데 제대로 공정하게 입찰해서 좋은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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