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탄소중립 미국의 길, 한국의 길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7 18:00

수정 2020.12.07 18:00

2050년 달성 목표는 같지만
文정부는 탈석탄 대안 실종
바이든은 4세대 원전 포함
[구본영 칼럼] 탄소중립 미국의 길, 한국의 길
올해 전 세계인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체감했다. 우리나라는 역대급 물난리를 치렀지만, 미국 서부 지역은 최악의 화재를 겪었다. 심지어 동토 지대인 러시아의 동시베리아조차 올여름 이상고온으로 불탔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화석 연료를 태워 온실가스를 늘려 지구 평균온도를 약 0.8도 상승시킨 대가라고 한다.

최근 '탄소중립'이 지구촌의 화두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하면서다.
2015년 체결한 이 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게 핵심 목표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은 이를 위한 지렛대다. 구체적으로 탄소 배출량(+)과 저감량(-)의 합을 0(넷 제로)으로 만드는 게 탄소중립의 골자다.

바이든 당선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4년간 청정에너지와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2조달러(약 2228조원)를 쏟아붓겠단다.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기후변화특사로 발탁했다. 글로벌 친환경 드라이브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미국에 앞서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2017년 기준)은 지난 9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천명했었다.

이로써 지구온난화에 청신호가 켜진 건가. 예단하긴 어렵다. 미·중 통상전쟁 등 여러 변수와 맞물려 있어서다. 바이든 정부가 탄소국경세로 '세계의 공장' 중국을 견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미국도 셰일유전에서 일군 에너지 패권을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월 국회 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7일 '2050년 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목적지를 찾는 내비게이션은 부실했다. 한국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지금 세계 7위다. 내연기관차 대신 수소차를 밀겠다는 방침은 맞다. 그러나 수소를 생산할 전기를 어떻게 얻겠다는 말은 없다. 그러니 향후 15년간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2034년에도 석탄발전 비중이 14.9%다. 탈석탄 이후 4차 산업혁명기에 더 요긴한 전력수급 대안을 못 찾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바이든식 탄소중립' 로드맵은 현실적이다. 우리에 비해 태양광·풍력에 유리한 부지가 충분한데도 민주당 정강까지 고쳐 원전을 청정에너지원에 포함시켰다. 셰일가스 발전을 줄이는 데 따른 '보험'을 든 셈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4세대 원전 이외 다른 대안이 없다"는 소신의 케리 기후특사 기용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정부는 건설에 들어간 차세대 원전 신한울 3·4호기까지 이미 멈춰 세웠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논란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추후 '탄소중립'을 현 정부의 정책실패 목록에 보탤 개연성을 우려한다. 소득주도성장론과 청년실업 및 주택 정책 등처럼 임기 중 과락은 면할진 모르지만….

이런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를 막으려면 정부와 여당이 '말 따로 실천 따로'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광폭 행보를 보라. 국토가 드넓은 미국인데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민간 항공수요부터 줄일 계획이다. 반면 얼마 전 여당은 이 좁은 땅에 국내용에 그칠 게 뻔한 신공항 3개를 더 짓자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정이 이런 '포퓰리즘 본색'을 탈피하지 못하는 한 탄소중립이란 글로벌 어젠다를 따라잡기엔 요원해 보인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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