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536만원 술값은 "뇌물 아냐"...檢, 라임수사팀 검사 기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8 14:00

수정 2020.12.08 14:04

8일 서울남부지검 수사결과 발표
검사 3명 중 1명만 김영란법 기소
접대 김봉현, 소개한 변호사도 기소
다른 검사 2명 "100만원 안 돼" 제외

[파이낸셜뉴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은 뒤 라임 수사팀에 합류한 현직 검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가성과 직무연관성은 없다며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동석한 다른 검사 2명이 술자리 도중에 귀가해 향응을 받은 금액이 채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들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한 변호사와 접대한 김 전 회장 본인은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찰 향응수수 의혹 수사결과를 8일 내놨다. fnDB
서울남부지검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찰 향응수수 의혹 수사결과를 8일 내놨다. fnDB

■"인당 100만원 안 돼" 검사 2명 '불기소'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전담팀(김락현 부장검사)이 8일 김 전 회장이 폭로한 검사 향응수수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접대를 받은 검사 3명 중 나중에 라임 수사팀에 합류한 검사 A씨와 술자리를 주선한 변호사 B씨, 김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함께 접대받은 검사 C씨와 D씨는 술자리 도중에 자리를 떴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이들이 자리를 뜬 시간은 밤 11시 이전으로, 이때까지 계산된 인당 접대비는 기준치인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B변호사를 통해 향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검사 A, C, D씨를 소개받아 강남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시각 옆방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함께 자리해 잠시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2019년 7월 18일 밤 9시30분께부터 새벽 1시까지 술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확보한 간이영수증엔 536만원이 찍혀 있었다.

검찰은 536만원 중 55만원이 밴드비용과 유흥접객원 추가비용이라며 향응수수액에서 배제했다. 남은 481만원 중 검사 2명이 자리를 뜨기 전 접대한 금액을 추려 이를 접대 대상자와 주선자 총 5명으로 나눴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내가 접대를 한 사람이니까 나를 빼고 검사 3명과 변호사 1명으로 접대비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장시간 동석해 함께 술자리를 가졌으므로 향응수수자 계산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고급 술집에서 현직 검사들과 만나 하루 536만원 접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고급 술집에서 현직 검사들과 만나 하루 536만원 접대

■대가성 없다... 뇌물죄 적용 '안 해'

관심을 모은 뇌물죄 역시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접대가 이뤄진 지난해 7월 18일과 A검사가 라임 수사팀에 합류한 올 2월 사이에 시간 간격이 크고, A검사가 수사팀에 들어갈 거란 사실을 미리 알기도 어려웠다는 이유로 직무연관성과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영란법은 뇌물죄와 달리 공직자 및 언론인, 교직원 등이 1회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직무연관성과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직무연관성이 인정되면 100만원 이하 금품이더라도 받은 돈의 2~5배를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 C, D 검사는 향응액수가 미달하고 직무연관성까지 인정되지 않아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함께 폭로한 당시 술접대 은폐 의혹도 사실무근이라며 일단락지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담당 검사가 먼저 검사 비위 관련 사실을 물어 검사 술접대 내용을 제보했지만 수사가 안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조사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여당 정치인 표적수사 압박, 여당 정치인을 잡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 야당 정치인 의혹 은폐 등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가 충분치 않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변호사로부터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는 소개를 들었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 현직 검사들이 라임 몸통이던 김 전 회장과 고가의 술접대 자리를 늦게까지 가진 이유 등에 대한 검증 및 해명이 발표에 담기지 않은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김영란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현직 검찰들이 단 몇시간에 536만원짜리 술자리를 갖고 (남한테) 계산시키고도 무죄라는 게 말이 되나"라며 "서민들 두달 월급은 되는 돈을 몇시간 술값으로 계산하게 했는데 직무연관성도 대가성도 없다는 결과를 내놓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