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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등 서방 백신 벌써 동나, 中-러시아 반사 이익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8 13:52

수정 2020.12.08 14:10

7일 인도네시아 서자바 반둥의 국영 제약시설에 도착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AP뉴시스
7일 인도네시아 서자바 반둥의 국영 제약시설에 도착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을 본격적으로 접종하면서 국가간 백신 쟁탈전에 불이 붙었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등 서방 백신들의 물량 부족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 백신이 수출 면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CNN 등 현지 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르면 8일 미 제약사들의 백신 공급을 제한하고 백신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내다봤다.

■화이자 등 서방 백신 품귀
트럼프는 8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백신 최고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에 백신을 미국인에게 우선 공급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해당 명령에는 국제개발처 등 미국의 대외 원조 관련 기관에 내리는 백신 해외 지원 관련 지침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조항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부 관계자는 이번 명령이 "트럼프 정부의 미국 제일주의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관련 성명 초안에는 "이번 조치는 백신을 다른 나라로 보내기 전에 미 국민이 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는 구절이 들어갔다. 같은날 NYT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여름에 화이자에게 30억회분의 백신을 살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고 전했다.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화이자의 해외 계약 때문에 내년 6월까지 추가 구매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오는 10월 미 식품의약청(FDA) 긴급 사용 승인을 앞둔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을 5000만회분, 내년에 13억회분 만들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경쟁사 모더나는 올해 2000만회분, 내년에 5억회분 생산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화이자는 지난 7월 계약에 따라 미 정부에 일단 1억회분을 공급하고 미 정부는 추가로 1억회분을 주문할 수 있지만 그 이상 물량은 따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특히 8일부터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유럽연합(EU)에서 3억회분의 선주문이 이뤄졌으며 일본(1억2000만회분)과 영국(4000만회분), 캐나다(2000만회분) 등 미국을 포함해 세계 18개국에서 주문이 완료됐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안에 일단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2000만명 분량)을 공급한다고 밝혔으나 의료진과 요양시설 거주민 등 최우선 접종 대상자만 2400만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병원에서 제비뽑기로 접종자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러시아 백신 반사 이익
신흥시장은 서방의 백신들이 동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8월에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V'를 승인한 러시아는 3차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았음에도 군인과 교사 등을 상대로 접종을 시작했고 이달 5일부터는 일반 대중에게 대량 접종을 개시했다.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구체적인 생산량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1일 인도 매체 더프린트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백신이 내년 1월까지 각국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연락하고 있으며 동시에 백신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DIF는 한국 업체와 1억5000만회분 생산 계약을 맺었고 인도에서도 1억회분 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다. 브라질과 중국에서도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다. 러시아 백신을 구매한 국가와 계약 물량은 최소 50개국, 12억회분으로 파악됐다.

중국 백신 또한 신흥시장에서 인기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부터 유학생 등 특수 계층에게 국영 제약사 시노팜(중국의약집단)과 시노백(커싱생물) 등이 제작한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했지만 아직 3차 임상을 끝내지 못해 대량 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노팜은 백신을 맞은 특수 계층이 최소 100만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수출에 열을 올리면서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터키에 이미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6일에 시노백의 백신 120만회분이 도착했으며 브라질 상파울루주도 내년 1월부터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터키 정부도 시노백의 백신 5000만회를 구입했다며 11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노백은 7일 성명에서 연간 3억회분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며 내년 말까지 연간 생산 능력을 6억회분으로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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