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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600날 기다려온 당신이… 비전향장기수 오기태씨 별세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8 14:08

수정 2020.12.08 14:08

1969년 국보법 체포후 21년 복역
전북 마지막 비전향 장기수 별세 
비전향 장기수 오기태씨,
비전향 장기수 오기태씨,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전북 마지막 비전향장기수 오기태씨(본명 장재필)가 7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8세.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오씨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택에서 숨졌다.

2000년 9월 이뤄진 비전향장기수 1차 송환에 포함되지 못해 2차 송환을 희망했던 오씨는 지난 2008년부터 대장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왔다.

대장암 말기의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북에 있는 가족들과의 재회를 꿈꾸며 송환을 기다려 왔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오씨는 1969년 남파공작원으로 북에서 내려왔다가 체포됐고, 이후 21년을 복역한 후 풀려났다.

출소 후 전북 전주에서 ‘일꾼쉼터’를 만들어 노숙인들을 돌보면서 지냈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합의에 따라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이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송환됐지만 오씨는 전향을 했다는 이유로 명단에서 빠졌다.

이후 ‘고문과 강압에 의한 전향은 무효’라며 전향 철회를 선언한 후 줄곧 2차 송환을 기다려왔다.

함경북도 은성군에 가족을 둔 오씨는 대남 공작원으로 남파된 뒤 노동자들의 동향을 파악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오씨는 생전에 “북에 두고 온 코흘리개였던 아이들이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죽기 전 그 아이들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재회의 꿈을 포기하기 않았다.

오씨는 북쪽에 부인과 4남매를 두고 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전북에 연고가 없는 고인을 위해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빈소는 전주예수병원 장례식장 201호에 마련됐으며 추도식은 8일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발인은 9일 오전 9시이다.
유해는 화장한 후 전주시 효자공원묘지에 안치될 예정이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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