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미세모 가공 원천기술, 글로벌社 압도… 헬스·뷰티시장 도전" [로컬 포커스 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9 16:50

수정 2020.12.10 12:46

국내 칫솔모 시장 판도 바꾼  강기태 비비씨 대표
잇몸자극 줄이고 양치효과 높여
항균 물질 함유한 신개념 칫솔모
국내 점유율 70%, 적수 없어
공기청정기 필터·화장용 솔 등
다양한 소재산업에 접목 가능해
R&D투자 늘려 사업다각화 채비
강기태 비비씨 대표가 대전 본사 로비에 전시된 미세 칫솔모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강기태 비비씨 대표가 대전 본사 로비에 전시된 미세 칫솔모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미세 칫솔모 가공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헬스.뷰티케어.산업용품 분야 소재전문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전 대덕산업단지에서 칫솔용 미세모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하는 비비씨㈜의 강기태 대표. 그는 "비비씨가 미세칫솔모 시장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아 선두 위치를 확보한 만큼 그간 쌓아온 노하우로 새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며 신사업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비비씨의 국내 칫솔모 시장 점유율은 약 70%. 글로벌 케미컬 회사인 듀폰이 장악하고 있던 나일론모 중심의 국내 칫솔모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이다.

글로벌 시장도 서서히 미세 칫솔모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비비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발판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매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강 대표의 구상이다. 비비씨는 기존 덴탈케어 소재분야에서 산업용소재, 공기청정기와 액체필터, 코스메틱 완제품의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완료하는 등 사업다각화 채비를 마쳤다.

■과감한 R&D투자, 성장동력

비비씨 성장 동력은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 창업초기인 지난 1998년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렌(PBT) 소재의 미세모기술 개발에 매달려 성공한 것이 비비씨 미세모 기술의 근간이 됐다.

비비씨는 지난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며 R&D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러한 경영기조가 이어지면서 현재 비비씨의 R&D인력 비중은 회사 전체 인력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비비씨가 등록한 특허건수는 해외특허 5건을 포함, 모두 38건에 이른다. 대표적인 특허는 머리카락 굵기의 칫솔모 안에 다른 칫솔모 4가닥을 넣어 다시 분리시키는 '코어시스 이중방사 및 재분리'기술. 비비씨는 이 기술을 적용, 잇몸자극을 줄이고 양치효과를 높인 신개념 칫솔모를 상용화했다. 최근에는 프로폴리스 등 천연 항균 물질을 함유한 기능성 칫솔모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강 대표는 "고품질·고기능성의 미세모 핵심생산기술로 안정적이고 독자적인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기능성 칫솔모 생산을 통해 입지를 확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 고객사로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력은 국내외 최고 기업들과의 거래를 가능케 했다. 비비씨는 P&G, 콜게이트, 유니레버, 라이온, GSK 등 글로벌 생활용품 상위 1~5위 업체는 물론,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애경 등 국내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매출이 신장되고 있는 것도 다양한 국가의 여러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비비씨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8%에 이른다. 비비씨는 지난해 전년 대비 16.8%증가한 3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강 대표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면서 "R&D에 주력한 결과 세계적인 코로나19사태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생경영'도 안정성장에 한 몫

비비씨의 이 같은 거침없는 성장은 올해 9월 하순 코스닥 상장으로 이어졌다.

비비씨의 상장은 20여년간 생활용품을 생산해온 지방의 한 공산품 생산업체가 주식시장에 입성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 등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의 벤처기업들이 단기간에 주식시장에 '깜짝' 진출하는 경우는 많지만 한 분야에서 오랜기간 업력을 쌓은 지역 제조업체가 상장하는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 상장과 함께 강 대표의 '노사상생 리더십'이 주목받았다. 강 대표는 2년 전인 지난 2018년 10월 임직원에게 우리사주를 배정했다. 우리사주 배정은 회사 성장의 주역인 임직원들과 결실을 함께 나누겠다는 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강 대표는 "작은 중소기업으로 남기보다는 직원들과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 상장을 추진했다"면서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직원들과 함께 더불어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가속화…제2의 도약

강 대표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마스크 및 공기청정기 필터·뷰티케어·산업용 브러시 등 신사업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독보적인 미세모가공 원천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소재분야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비비씨는 현재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등 코스메틱용 완제품을 일본의 메이저 업체와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을 마치고 완제품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산업용 연마브러시도 기술개발을 끝내고 해당 분야 국내 선도기업 2곳과 협력 양산체제 구축에 돌입했으며, 화장용 기능성 패키지도 설계 및 제작 테스트를 완료하고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다.
강 대표는 이들 신사업 부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오는 2023년까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생산 기지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들 신사업 영역이 정상 단계에 진입하면 폭발적 외형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미세 칫솔모를 만들며 쌓은 기술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한 만큼 신사업 분야에서도 선두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면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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