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간편식과 함께 일일 전국음식일주
설렁탕에 소면
소면에 말아먹으니 찰떡궁합
부대찌개 & 안동찜닭
김치·햄·두부 실하게 들어있어
간장찜닭 당면 추가하니 더 푸짐
한우미역국 & 부산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고기 듬뿍 '진한 맛'
슈마이 & 빠겟도그
딤섬 '슈마이' 탱글한 식감 일품
설렁탕에 소면
소면에 말아먹으니 찰떡궁합
부대찌개 & 안동찜닭
김치·햄·두부 실하게 들어있어
간장찜닭 당면 추가하니 더 푸짐
한우미역국 & 부산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고기 듬뿍 '진한 맛'
슈마이 & 빠겟도그
딤섬 '슈마이' 탱글한 식감 일품
국, 탕, 찌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쌀쌀한 날씨에 뜨끈뜨끈한 국물부터 찾게 된다. 뜨거운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순식간에 뚝딱 비워낸다. '잘 먹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속이 편안하고,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국물요리가 '비만의 원인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물 없이는 밥을 먹기 힘들다'고 할 만큼 국물요리는 한국인에게 '영혼의 단짝'과도 같다.
■서울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식도락(食道樂) 여행'은 얼마든지 가능하니 말이다. 오뚜기에서 전국 각지의 대표적인 국물요리를 가정간편식(HMR)으로 내놓은 덕분에 집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당일치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음식일주를 떠나보자.
나홀로 아침에 먹는 설렁탕에는 소면이 제격이다. 밥보다 부담이 덜해서 좋다. 오뚜기 '서울식 설렁탕'(사진)을 그릇에 부어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전기쿡탑에는 소면을 넉넉하게 삶는다. 기다리는 동안 '최애' 아이템인 대파를 송송송 썰어서 준비해둔다. 설렁탕을 식탁으로 옮기기 직전에서야 대파를 퍼붓는다. 그래야 먹을 때까지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만약 냉장고에 부추무침이 있다면 대파 대신 넣어도 좋다.
설렁탕에 소면을 투하하고, 젓가락으로 몇바퀴 휘~휘~ 저은 다음 후루룩 건져먹으면 꿀맛이다.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이미 간이 맞춰진 국물이라 다대기는 사절이다. 정 다대기 생각이 나거든 깍두기 국물을 넣어보라. 국물이 한층 시원해질 거다. 자연스럽게 '대파 넣고, 소면 넣고'를 두 번, 세 번 반복하면서 먹게 된다. 따뜻한 메밀소바를 먹는 기분이다. 결국 밥 한공기보다 많은 열량을 섭취하고 만다. 운동 만이 살 길이다.
점심부터는 아파트 옆동에 사는 '친한 형님'이 합류하기로 했다. 우리는 오늘 하루 동병상련(同病相憐), '외기러기' 신세다. 여행에는 동반자가 있어야 하고, 모든 음식은 혼자보다 여럿이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다.
■의정부
부대찌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만큼이나 좋아하고, 즐겨먹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너나 할 것 없이 부대찌개 하면 제일 먼저 의정부부대찌개를 떠올리게 된다. '원조'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오뚜기 '의정부식 부대찌개'(사진)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김치와 소시지, 햄, 두부, 대파가 제법 실하게 들었다. 아차, 제일 중요한 라면사리가 빠졌다. '앙꼬 없는 찐빵'이 될 뻔 했다. 라면사리를 함께 넣고 끓이기에는 국물이 부족한 느낌이다. 이럴 때는 부대찌개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라면사리는 따로 삶아서 합치는 게 좋다. 그래야 본연의 국물맛을 살릴 수 있다. 면이 불기 전에 라면부터 서둘러 해치워야 한다. 후루룩 소리 몇 번 들리니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이 순간 김치나 멸치볶음 같은 반찬은 장식용일 뿐이다. 부대찌개 하나로 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이 때 반주는 필수다. 한 잔, 두 잔 주고받다보니 '소시지와 햄을 더 넣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미리 '안동식 간장찜닭'을 준비하길 잘했다. 소주 안주로 이 만한 메뉴가 또 없다. 닭가슴살과 닭봉에 대파, 당근, 감자에 연근까지 들었다.
'찜닭에는 당면.' 이건 수학공식이나 마찬가지다. 참고로 당면을 뜨거운 물에 불린 다음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요리할때 편리하게 쓸 수 있다. 포장을 뜯어 냄비에 붓고 물을 적당량 추가한다. 당면까지 넣어서 졸이면 끝이다. 부대찌개의 라면 양이 아쉬웠는지 옆에서 자꾸 "더 넣으라"고 채근하는 바람에 두 덩어리나 넣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간도 적당하고 너무 맛있다.
■남도
저녁 메뉴는 하나씩 고르기로 했다. 나는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을, 형님은 '남도식 한우미역국'(사진)을 선택했다.
사실 세상에 태어나 20년 가까이 부산에서 살았다. 그런데 부산에서 돼지국밥을 먹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밀면도 마찬가지다). 3년 전 서울 여의도에서 처음 먹었다. 당연히 돼지국밥이 부산의 향토음식이고,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런 돼지국밥을 집에서 HMR로 즐길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다.
포장에 '돼지뼈로 진하게 우려내 깊은 맛'이라고 적혀 있다. 다대기, 대파, 부추, 들깨가루 등을 첨가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단다. 대파를 아주 듬~뿍 올린다. '부추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후추도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넉넉하게 뿌려 입맛을 돋운다. 다대기 대신, 푹 익은 깎두기 국물을 서너 숟갈 넣었다.
내 고향의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서울식 설렁탕'보다 열배는 더 맛나다(개인의 취향이므로 저격 금지). 상대적으로 돼지고기가 더 싸서 그런지 고기도 훨씬 많이 들었다. 그릇을 싹 비운 후에야 생각이 났다. '청양고추를 빼먹었구나.'
'남도식 한우미역국’은 전남 완도산 쫄쫄이 미역을 사용해 만들었단다. 재료 때문에 실망할 일은 없을 듯하다. 전자레인지가 아닌, 전기쿡탑을 선택했다. 명색이 사골육수로 만들었는데 이 정도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진한 국물이 향으로 먼저 전해온다. 그릇에 옮겨담으니 국물 색깔부터 침이 고이게 만든다. 미역 건더기도 많고, 한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져 있어 목넘김이 부드럽다. 그래, 내년 생일 미역국은 너로 정했다.
■외전
국내로는 만족이 안 된다. 해외를 잠시 다녀오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중국을 거쳐 미국을 여행하기로 한다. 전날 국물에 적셔진 위장도 말려야 했다. 중국식 만두(딤섬)인 '슈마이'(사진)와 미국식 핫도그 '빠겟도그'가 주인공이다. 이번 여행길의 동반자는 고등학생 조카다.
슈마이는 뜨거울 때 후딱 먹어치우기를 권한다. 자칫 식으면 얇디 얇은 피가 딱딱해질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맛이 있어서 누구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을 성 싶다. 고기 소가 들어간 슈마이도, 새우와 소라가 들어간 슈마이도 반할 만한 맛이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아주 그만이다.
한 봉지에 6개가 들었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남자 둘이서 간식으로 먹으려면 최소한 1인 2봉지는 해야 한다. 아쉬움의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빠겟도그 1봉지가 남아 있다.
빠겟도그는 진짜 '물건'이다. 단언컨대 '못 먹은 사람은 있을지라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조카의 평가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으면 촉촉하고 부드럽다. 기다란 소시지와 소스까지 궁합이 좋다. 제품 포장지에는 2분30초라고 적혀있지만 30초만 더 참을 것을 권한다. 이유는 먹어보면 안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다음 에어프라이어에서 3분 정도 추가로 조리하면 이번에는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좋다. "일단 먹어보면 하나로 끝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나의 판단이다. 조카도, 나도 연달아 두 개를 해치웠다. 그만큼 내 입에 딱이다. 한 봉지에 4개가 들어 있어 참 다행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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