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ㅎㅇ',' ㅍㅇㅂ', '징'을 아시나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0 17:36

수정 2020.12.10 18:37

수능 대목에 불법보조금 타깃 된 아이폰12
애플 첫 5G폰인데다 출고가 저렴
94만원대 가격 10만원대로 거래
이통사 공시지원금 최대 43만원
방통위 "시장 모니터링 강화"
'ㅎㅇ',' ㅍㅇㅂ', '징'을 아시나요

'욕89, ㅎㅇ, ㅍㅇㅂ 30. 카드X'

'욕89'는 8만원대 요금제. 'ㅎㅇ'는 현금완납조건. 'ㅍㅇㅂ'는 페이백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불법보조금이라고 인지할 만한 내용은 현금완납과 페이백이다. 현금완납은 과거엔 '현아'라고 쓰였으나 요즘엔 초성만 이용한 암호를 주로 교환한다. 페이백은 'ㄹㅂㅇㅌ'라고도 쓰인다. 리베이트라는 뜻이다.
특정 사이트는 앱을 통해 스마트폰 진동으로 페이백을 알리기도 한다. 진동이 길게 3번 울리면 30만원 페이백, 길게 3번, 짧게 5번 울리면 35만원을 계좌로 돌려준다는 뜻이다.

수능이 끝난데다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불법보조금을 이용한 '아이폰12'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12 시리즈중에서 가장 출고가가 저렴한 '아이폰12 미니'가 주로 불법보조금 거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2에 불법보조금 30~40만원

10일 업계에 따르면 곳곳에서 불법보조금을 이용한 휴대폰 판매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팔리는 5G폰 중에서는 아이폰12 미니가 자주 거래된다. 애플의 첫 5G폰인데다 아이폰12미니의 출고가가 가장 싸다. 아이폰12 미니 64GB모델의 출고가는 94만6000원이다.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알 경우 이동통신사별로 약 40만원 안팎의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불법보조금을 이용하는 일부 매장은 현금을 다시 이체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동통신3사가 주는 보조금은 최대 43만원 수준이다. 아이폰12 미니의 공시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SK텔레콤은 27만~42만원, KT는 15만~42만원. LG유플러스는 21만2000~43만원이다.

앞서 통신 3사는 수능 특수를 맞아 인기몰이 중인 아이폰 시리즈에 초점을 맞추고 공시지원금을 대폭 올렸다. KT는 지난달 27일 아이폰12 미니 공시지원금을 기존 6만3000원~24만원에서 15만~42만원으로 올렸고, 이후 LG유플러스가 21만2000원~43만원으로, SK텔레콤은 27만원~42만원 수준으로 공시지원금을 늘렸다. 여기에 유통채널이 공시지원금의 15% 이내에서 지원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도 최대 6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추가로 줄 수 있다. 나머지 지원금은 일부 업자들이 몰래 현금으로 돌려주는 불법보조금인 셈이다.

한 소비자는 "업자들이 '뽐뿌'같은 휴대폰 커뮤니티나 네이버 '밴드' 같은 곳에서 정보를 뿌리고 일부 사용자들에게 폐쇄적으로 불법보조금을 뿌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 시장과열 모니터링중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보조금이 과도하게 성행할 경우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제보를 받거나 정황을 포착해 적발해내고 행정지도를 하거나 사실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불법보조금을 뿌리는 업자들도 이에 대비해 치고 빠지거나 소비자의 신원 증명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로 물어보는 소비자에게 방문전 주민등록증이나 회사 명함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업자들 사이에서는 신고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폰파(폰파라치)', '채증(불법 증거 수집자)'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 사용자는 "인터넷에서 보고 해당 업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의했더니 먼저 내 명함이나 신분증 일부를 찍어 보내달라고 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불법보조금이 적발되는 경우 업자가 수백만원의 벌금을 무는 사례도 있다. 특정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대대적으로 적발되는 경우 회사도 함께 과징금을 물게 된다.
이통3사는 지단 7월 방통위로부터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단말기유통법 위반행위로 총 512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받았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