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의선 첫 M&A는 로봇…현대차, '로봇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1 17:26

수정 2020.12.11 19:30

'9600억원' 투입 지분 80% 인수키로
정의선 회장도 사재 털어 2400억원 투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최고 기술력
그룹 계열사 시저지 극대화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계획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개'로 잘 알려진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약 9600억원)에 인수한다. 지난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이뤄지는 첫 번째 대규모 인수합병(M&A)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로보틱스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도 2400억 사재 털어 직접 투자
현대차그룹은 총 11억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안건을 승인했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다.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합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세대들의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담겼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로봇 개발 역량 향상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족 보행 로봇 스팟
4족 보행 로봇 스팟

■보스턴 다이내믹스, 보행 및 물류 로봇 최고 기술력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분야의 폭넓은 활용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를 추진했다. 각 분야별 다수의 기업과 협업하거나 여러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로봇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3대 로봇 클러스터 중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도그'를 개발해 화제가 됐으며, 이후 훨씬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빠르며 무게까지 줄인 4족 보행 로봇 '리틀 도그', '치타', '스팟'등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사람과 같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를 선보였으며 지난해에는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의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는 등 로보틱스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아울러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인 '픽',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핸들' 등도 선보이며 로봇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물류 로봇부터 향후 휴머노이드 시장까지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전체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 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UAM·목적기반 모빌리티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도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응 및 판단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시키는 제어 기술 등은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착용형 로봇 기술, 생산 및 물류 자동화 기술 등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혁신적인 로봇 기술과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혁신적인 시장 성장이 예측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2족 보행이 가능한 다리 등을 갖고 있고 팔과 손을 사용해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로봇이다. 환자 간호 등에서 인력을 대체 또는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기술은 우주 산업에서도 다양하게 쓰인다. 위험 요소를 줄이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로봇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우주 탐사 및 비행 업체들과의 협업 등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현장 등 공공의 영역에도 투입할 수 있어 인류의 안전과 공익에 기여하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서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