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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일제→미군…138년간 '접근불가' 용산기지 반환 첫 발

뉴스1

입력 2020.12.11 17:19

수정 2020.12.11 17:19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일부가 11일 우리 정부에 반환된다. 2020.12.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일부가 11일 우리 정부에 반환된다. 2020.12.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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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우리 민족에게는 '오욕의 역사'를 안겨주고, 우리 국민에게는 '접근불허(No Tresspassing)' 지역이었던 용산 기지가 우리 품안에 반환되는 첫 발을 뗐다.

11일 정부는 한미가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화상회의에서 주한미군기지 12곳 반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12곳 가운데 6곳이 서울 내 구역인데, 여기에 용산공원 본체 부지에 해당하는 용산 기지 사우스포스트 2개 구역이 포함됐다. 사우스포스트 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경기장 구역으로 합산 총 면적은 5만 3418 제곱미터(㎡)이다. 용산 공원 예정지 부지가 우리 측에 반환된 것은 2004년 한미간 용산기지이전협정(YRP) 합의 이후 처음이다.



용산기지의 아픈 역사는 138년 전인 지난 1882년 임오군란 직후부터 시작된다. 당시 청나라 위안스카이(袁世凱)는 조선 정부를 장악하기 3000명 규모의 군대를 용산에 주둔시켰다.

이후 1884년 갑신정변 때는 일본군이 주둔했다. 이후 일본이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한반도에 군대를 진주시키기 시작했고, 그 중 20사단을 용산에 주둔시켰다. 이 때부터 용산의 일제의 병참기지로 변모했다. 20사단이 주둔한 용산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조선군 본부가 위치하게 된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은 일본의 군사 시설이 있는 용산기지를 우선 접수했고, 그 자리에 보병 제7사단을 주둔시켰다. 1949년 병력을 철수했지만 한국 전쟁이 발생하자 다시 복귀했다. 1953년 8월 15일 용산에 재입주한 미군의 주둔은 최근까지 이어지며 미군시대를 맞이했다. 같은해 7월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기지에 정식으로 창설됐다.

용산기지가 외국군의 주둔을 거쳤던 이유는 지리적으로 뛰어난 이점이 있어서다. 용산은 가까운 한강과 인접해 있고 남산과 북한산을 끼고 있다. 유사시 서울의 공격이 쉽고, 물자 운송이 편리하고 퇴로가 항상 확보돼 있는 전략적인 요충지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용산기지는 지역민과 시민들과의 마찰이 발생했다. 1990년 한미 양국의 기본합의서 체결로 주한미군 이전사업을 추진했으나 비용 등의 이유로 1993년 중단됐다.

그러다 2003년 5월 한미 정상이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미군기지를 평택·오산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협정이 국회 비준 동의절차를 거쳐 '미군 이전 평택지원법'이 제정됐다.

당시 한미는 2015년까지 평택 주한미군 기지 공사를 완료하고 2016년까지 용산과 동두천·의정부 미군 기지의 이전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2006년 기존 미군이 사용하던 용산 기지 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부터 주한미군 중·대대급 부대 이전은 시작됐다. 또 주한미군 지상군 전력의 핵심인 미 8군사령부는 2017년 7월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했다. 2018년 6월 주한 미8군과 7공군, 해군, 해병대 등을 예하에 둔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등 미군 대부분 이전도 완료됐다. 다만 한미 연합사령부와 기지 내 숙박시설인 드래곤힐 호텔은 용산에 남기로 했다.

미군이 쓰던 용산기지 일부 이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군은 1980년대에 장교숙소 일부를 반환한 적이 있다. 지난 1991년에는 미군 골프장지역에 용산가족공원이 조성됐고, 이후 메인포스트 일부 반환으로 전쟁기념관이 들어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도 과거 용산기지였다.
하지만 용산기지 전체 이전 계획에 따라서 부지가 반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반환예정부지 5만여㎡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를 합쳐 240여만㎡에 달하는 용산 기지 부지의 작은 부분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정부는 "용산기지는 미군이 사용 중인 대규모 기지로 전체 기지 폐쇄 이후 반환을 추진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는만큼 상황과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역을 반환받기로 미측과 협의해왔다"며 "이에 따라 2개 구역을 우선 받환받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