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공수처법 영향?··· '환자보호 3법' 처리 늦어지나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2 10:16

수정 2020.12.12 10:15

여야 대립 속 민생·인권 법안 소외 지적
압도적 찬성여론에도 의원들 '미지근'
야당에선 "여당 제안 없었다" 주장도
[파이낸셜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환자보호 3법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야당과 충분한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회의석상에 나와 앉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3법 중 의사면허 규제 강화법안을 직접 발의한 강병원 의원은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추가 논의 일정을 잡을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야당에선 알려진 것과 달리 지난 정기국회 동안 더불어민주당이 환자보호 3법 관련 논의일정제안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이 환자보호 3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국민의힘에선 논의일정을 잡자는 요청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을 비판한 게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내놨다. fnDB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이 환자보호 3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에선 논의일정을 잡자는 요청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을 비판한 게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내놨다. fnDB

■"요청도 없었다" vs. "의지 보였어"
13일 환자보호 3법을 심사한 제1소위 위원장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 정기국회 기간 동안 여당에서 환자보호 3법을 논의하자는 제안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통상 보좌진이 이야기하면서 논의 일정을 잡고 의원님께 보고 드리고 하는데 이 건에 대해서는 한 번도 요청을 받은 게 없다”며 “기자회견을 했을 때도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듯 하는 게 너무하다고 항의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들도 “충분히 적극적으로 법안을 논의할 생각이 있었다”며 “쪽수도 여당이 더 많은데 야당 탓만 하는 건 잘못”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여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국민의힘이 협의를 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이다.

여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정기국회 때 법안소위를 한 번 더 하자고 했는데 (법안 통과까지 필요한 시일이 부족한) 물리적인 문제가 있어서 깊이 논의는 안 됐고 12월 중에 심사일정을 잡자고 했다”며 “12월 중에 잡자는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 내 조속한 법안 심사 및 통과를 주장하는 의원도 여럿이다. 강병원 의원은 10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안건 의결을 위해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제1법안소위 추가개최를 요구했다.

강 의원은 “의사면허 결격사유 강화 법안, 환자안전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의결하도록 해 줄 것을 간정히 요청한다”며 “(환자보호 3법을 국회 내외에서) 이미 여러 번 논의한 바 있어 (다시) 논의하면 단일법안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여야 간사가 논의해 결정하라고 당부했다.

환자보호 3법 찬반여론
(%)
찬성 반대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 90.8 9.2
행정처분 이력 공개 92.7 7.3
수술실CCTV 법제화 89 1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미지근한 국회, 뜨거운 여론
환자보호 3법은 공수처법 통과 이후 이어진 여야 대립과 일부 의원의 소극적 자세로 통과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표결에 붙일 경우 위원 11명 가운데 최소 6명이 동의해야 하지만 찬성의견을 밝힌 건 법안별로 여당 4~5명에 불과하다.

파산선고(일반 파산과 달리 파산선고는 위법행위가 있는 상황에 주로 내려짐)가 있는 경우 의사 면허를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게 과한 제한이란 비판, 수술실CCTV를 강제하는 것보다 자율적 설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 수술실 내부가 아닌 출입구에만 CCTV를 달아야 한다는 주장 등 여당 내에서조차 이견이 크다.

의원들 사이에선 이견이 크지만 환자보호 3법을 둘러싼 여론은 하나로 모여 있다. 보건복지위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쟁점 법안 연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 찬성입장이 전체의 89%에 달했다. 90% 내외를 기록한 경기도 여론조사들과 비슷한 수치다. <본지 11월 13일. ‘들끓는 수술실CCTV 설치여론··· 경기도민 여론 역대최고’ 참조>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 법안에 대해서도 90.8%가 찬성했다. 행정처분 이력 공개 법안은 그보다 많은 92.7%가 찬성했다. 환자보호 3법에 대한 뜨거운 여론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류의 병동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제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의사를 위해서라도 환자보호 3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출처=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류의 병동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제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의사를 위해서라도 환자보호 3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출처=tvN

■"선량한 의사 위해서도 법안 통과 필요해"
지난 수년 간 환자보호 3법 제정을 위해 활동해온 이나금 닥터벤데타 공동대표는 “그동안 있어선 안 되는 의사들의 범죄가 너무나 많이 일어났고 되돌릴 수 없는 유령수술과 성범죄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며 “드라마처럼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환자보호 3법의 빠른 통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016년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어머니다.

의사면허 규제 강화 필요성을 법조계에서 거듭 제기해온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역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의료인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현행 의료법에 국민들이 대부분 반감을 보이는 것”이라며 “허술한 면허 관리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으로 인해 (의료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져 범죄가 계속되면) 행정처분 이력 공개 법안이나 수술실 CCTV 법안 논의가 계속될 것이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의료계가) 신뢰를 받는 길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지사 취임 이후 의료계 신뢰회복 차원에서 수술실CCTV 설치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최근 ‘환자보호 3법이 신속하게 통과돼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김성호 기자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