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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전쟁, 메디톡스 절반의 승리…"균주, 영업비밀 아냐" [아무도 웃지 못한 美 ITC판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7 18:31

수정 2020.12.17 18:31

"21개월간 대웅 수입금지" 명령
美 대통령 승인여부 남았지만
메디톡스 "뒤집힐 가능성 없다"
대웅제약은 영업비밀 불인정에
"사실상 우리가 이겼다" 입장
보톡스 전쟁, 메디톡스 절반의 승리…"균주, 영업비밀 아냐" [아무도 웃지 못한 美 ITC판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ITC가 메디톡스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ITC 예비판결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한 반면 최종판결에선 21개월로 단축됐다. 메디톡스는 ITC 판결을 유리한 증거로 보고 국내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ITC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항소하기로 해 소송전은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메디톡스, 영업비밀 인정 못 받아

ITC는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ITC는 대웅제약 미국 현지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보유한 나보타 재고를 21개월간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일명 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2006년 최초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했고,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내놨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2017년부터 국내외 소송을 제기하다 2019년 1월 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지난 7월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판단하고 나보타 10년 수입 금지를 권고하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ITC 판결은 4단계를 거친다. △행정판사 예비판결 △ITC 최종판결 △미국 대통령 재심리다. 최종판결 60일 내 대통령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대통령이 최종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이에 불복하기 위해선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소송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메디톡스는 미국 대통령이 ITC 최종판결을 거부한 사례가 지난 33년간 단 1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ITC가 자신들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웅제약이 자신들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고 봤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들을 통해 유죄로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ITC에서 대웅의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한국 법원과 검찰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ITC가 예비판결을 뒤집었다고 보고 "사실상 승소"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ITC 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최종 승리를 확신했다. 나보타 올해 3·4분기까지 매출은 320억원이다. 대웅제약은 연 매출에서 나보타 미국 매출 비중은 현재 2% 미만이라 수입금지에 따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연방법원에 항소 나서

업계에서도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것에 집중한다"며 "두 회사 소송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법률전문가들은 ITC 판결에 대해 어느 쪽이 승자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이다. 메디톡스가 승소했지만,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성을 인정받지 못해서다. 대웅제약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면 피고는 ITC가 된다. ITC행정심판에 불복한 항소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메디톡스 균주 영업비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대웅제약도 큰 손해는 아니다"며 "다만, 대웅은 앞으로 미국 연방법원에 항소하면 법률비용이 천문학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 따라서 양사의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은 양사의 분쟁 영향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휴젤은 홈페이지를 통해 "(ITC 분쟁에 대해) 당사는 관련된 행위나 정황도 없는 상황이다.
경쟁업체 간 ITC 분쟁의 결과로 인해 사업운영 등에 영향받을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