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우체국에 이어 보험사도 실손보험료 두자릿수 인상되나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7 18:41

수정 2020.12.18 11:03

"가입자 적은 우체국도 11% 올려"
3분기 누적손해율 130% 보험사들
보험료 20% 인상 목소리 커질 듯
작년 정부 반대에 9% 인상 그쳐
내주 구체적인 인상폭 확정 예정
우체국에 이어 보험사도 실손보험료 두자릿수 인상되나
실손의료보험을 운영하는 우체국이 내년 11.6%의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면서 내년 보험사의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올 한해 약 3조원의 손실액이 발생한 만큼 20% 이상의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보험료 인상폭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우체국은 내년 1월 갱신을 앞둔 고객들에게 내년 실손보험 예상 인상률 11.6%(1년 갱신)을 알리는 자동갱신 안내문을 공지했다. 5년 갱신 상품의 예상 인상률은 119.3%였다. 우체국실손의료보험 가입자수 약 156만명이다. 우체국 보험의 3·4분기 누적 실손보험 손해율은 125%였다.
누적 손실액 규모는 879억원이다.

우체국은 국가기관으로 분류돼 보험업감독규정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률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우체국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같은 분야이기 때문에 우체국 보험도 해당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체국은 지난해 1년·5년 상품의 보험료를 각각 19.7%, 95.3% 인상한 바 있다.

보험가입자 수가 보험사보다 더 적은 우체국이 두 자리 수 대 인상을 예고하면서 보험사들은 20% 인상을 더 강력하게 주장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누계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다.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즉 3분기까지 보험사들은 고객으로부터 1000원의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으로 1300원을 지급해, 300원을 적자 본 셈이다.

이로 인한 실손 손실액은 3분기 2조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고, 연말 기준 실손보험 손실액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손해율이 전년 보다 소폭 감소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실손보험 손해액은 보험사가 감당할 수준이 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손보험이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손실액에 생보사를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 중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가입자 수가 보험사보다 더 적은 우체국이 두 자리 수 대 인상을 예고하면서 보험료 인상률을 2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상률이) 지난해 우체국 수준이나 올해 예상 정도만 돼도 운영에 도움 되는 건 사실"이라며 "보험료를 20% 인상해도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보험료 인상은 각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보험료가 20%대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당국과 논의 끝에 9% 인상에 그친 바 있다.


올해도 보험사의 요구대로 20% 수준의 인상폭은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송년 기자회견에서 "실손보험은 의무 가입 사항은 아니지만, 가입자가 3800만명에 달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하며 대폭 인상 요구에 대해 우회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공·사 보험 정책 협의체 회의를 갖고, 내년도 실손보험료 책정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지환 인턴기자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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