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2~3주전부터 싹 쓸어갔다"… 정부 규제보다 한발 앞선 시장 [비규제지역으로 부푸는 풍선효과]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0 18:01

수정 2020.12.21 09:29

비규제지역으로 매수세 몰려
원주·아산·양산 등 '반사이익'
찾는 사람 많지만 매물 없어
한달도 안돼 1억 가까이 올라
"2~3주전부터 싹 쓸어갔다"… 정부 규제보다 한발 앞선 시장 [비규제지역으로 부푸는 풍선효과]


한발 늦으셨네요. 2~3주 전부터 투자자들이 싹 쓸어가서 남아있는 매물이 거의 없어요. 1년 전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규제 지역) 발표 전에 벌써 팔고 나갔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A 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지난 17일 파주, 천안, 창원 등 37개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무더기 지정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강원도 원주와 충남 아산, 경남 양산 등에서는 규제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이미 몇 주 전부터 매물을 싹쓸이해 남아있는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규제가 매번 부동산 투기의 꽁무니만 쫓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충남 비규제지역도 이미 '후끈'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추가 규제지역 지정 이후 강원도 원주와 충남 아산 등 비규제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투자하기엔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투자자들이 급격히 들어와서 남아있는 매물이 거의 없다"며 "집주인들이 계좌를 안 주려고 하기 때문에 계좌가 나오면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한꺼번에 넣으려는 투자자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원주시 반곡동 반곡모아엘가 전용 84㎡의 경우 지난 5일 2억8400만원(8층)에 거래됐는데 현재 입주가능한 매물은 3억7000만원, 세낀 매물은 3억5000만원선이다. 한 달도 안돼 1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 'EG-the1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18일 1억9500만원(19층)에 팔려 입주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천안과 인접한 아산도 마찬가지다.

천안아산역 초역세권인 아산배방와이시티 전용 84㎡ 호가는 7억원까지 치솟았다. 아산시 배방읍 C 중개업소 대표는 "천안이 조정지역으로 묶이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매물이 없다"며 "규제지역 발표 전 6억5000만원까지 계약서를 썼는데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7억원을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천안아산역 복합환승센터가 삽을 뜨면 집값이 더 뛸 것이라고 생각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탕정삼성트라팰리스 4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4억1000만원으로 4억원선을 넘어섰고 현재 호가는 5억원선이다. 탕정면 명암리 D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 사고 싶어도 못사는 상황"이라며 "며칠 전 4억5000만원에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이 바로 호가를 5억원으로 올렸다"고 전했다.

비규제지역인 경남 양산도 부산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으로 묶이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 동면 석산리 e편한세상남양산2차 전용 84㎡는 지난 17일 2억8000만원에 매매돼 지난달 대비 최대 3000만원 올랐다.

■잠잠하던 제주도 들썩 조짐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제주도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규제지역으로 지정될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E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라아이파크 단지 내 전용 84㎡ 매물이 하나 있는데 오늘 서울에서 내려온 분이 가계약금을 걸기로 했다"며 "중개 현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몰리면 제주도까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진입해 집값을 한창 띄워놓으면 정부가 뒤늦게 규제해 집값이 잦아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정부 규제가 한발 늦은 감이 있다"며 "읍·면·동 단위로 최소화해 규제지역을 지정하되 선제적으로 발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