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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잡으려던 ‘실거주 강화’, 전세난 부추겨 서민만 잡았다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1 17:20

수정 2020.12.21 17:20

사가정아이파크 99% ‘자가입주’
전세 나온 1건도 분양가 2배 달해
전세금 받아 잔금 치르기 불가능
공급 늘려도 결국 전세매물 잠겨
투기 잡으려던 ‘실거주 강화’, 전세난 부추겨 서민만 잡았다
"신축 아파트가 이렇게 전세 매물이 없는 건 처음봐요.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부터도 매물이 없었어요."(서울 중랑구 A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투기를 잡기 위해 강화한 실거주 요건이 되레 전세난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6·17대책과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실거주 의무 규제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향후 주택공급이 확대되더라도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입주 단지, 실거주 요건에 전세 실종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올해 7월 입주한 서울 중랑구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는 1505가구 대단지임에도 전세계약은 단 1건에 그쳤다. 시장에선 지난 7월 말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매물이 급감한 걸 전세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거주 요건이 새 임대차법 시행 전부터 전세 품귀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인 지난 5월부터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월세 계약도 8건에 그친다. 나머지 99% 이상 가구는 '자가 입주'를 했다는 이야기다.

중랑구 B중개업소 대표는 "잔금대출뿐 아니라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 2년 실거주, 3년 보유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이 많다"라며 "8월까지 전세 매물이 없다가 최근에서야 매물이 1건 나왔는데, 전용면적 84㎡가 10억원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5억5900만~6억930만원으로 전셋값이 분양가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보통 신축 아파트 단지는 전세를 주고 잔금을 치르는 집주인들이 많아 입주 초기 전세 매물이 쏟아진다. 실제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와 비슷한 조건의 서울 은평구 '백련산SK뷰아이파크'는 지난 해 8월 입주 이후 3개월간 전세 계약이 45건이나 체결됐다.

■실거주 규제 완화가 급선무

전문가들은 신축 단지 전세매물 잠김은 실거주 요건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6·17대책을 통해 모든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람들이 전세를 주는 주된 이유는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목적인데, 대출을 받으면 실거주를 해야 해 매물이 잠겨버렸다"며 "실거주 요건의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을 받아 분양 대금을 치러야 하는 서민들이 결국 집을 사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주택법 개정으로 내년 2월 19일부터 실거주 의무가 확대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은 실거주가 의무화되는 것이다. 공공택지는 시세 대비 80% 미만으로 주택을 공급할 땐 5년, 시세대비 80~100% 공급시엔 3년의 실거주 의무기간이 생긴다.
민간택지는 시세대비 80% 미만은 3년, 시세대비 80~100%는 2년을 실거주해야 한다.

최초 입주가능일로부터 3개월내 실거주 의무를 어길 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정부가 해당 주택을 강제 매입하게 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이 확대되면 매매 늘면서 전셋값에도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실거주 요건 강화 추세에선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며 "3기 신도시 등 공급이 한 번에 크게 늘어난다 하더라도 신축 아파트의 전세매물 잠김이 계속 확대되면 전세난 완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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