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명품 IT서비스', 그냥 나오지 않는다

[기자수첩] '명품 IT서비스', 그냥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부모님 집 컴퓨터를 용산에서 조립으로 맞췄다가 몇 년을 시달린 경험이 있다. 이후 컴퓨터를 바꿔야 했을 때 기자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삼성전자 브랜드 정품 세트로 싹 구매한다. 단순히 브랜드 값으로 명품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질과 사후관리(AS)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명품의 가치는 더욱 빛나는 것이다.

대기업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은 공공 정보기술(IT)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행 SW산업진흥법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공공 SW사업에는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업'이나 '신기술 적용분야'에는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는데 사용자들의 예외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례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사업을 해야 했던 교육부는 대기업의 입찰을 받길 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에서 접속오류가 발생했을 때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업체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과기정통부에 4차례나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허용을 제안했지만 모두 반려됐고, 결국 이번에도 중소기업과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렵게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으로 꼽히더라도 예산을 너무 적게 잡아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 구축 2단계'는 두 번 유찰된 끝에 세 번째 입찰에서 중견기업인 메타넷대우정보의 단독입찰로 겨우 성사됐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인데도 단 한 곳의 대기업도 참여하지 않은 것은 저예산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단돈 천원을 내주면서 크림빵과 팥방을 모두 사오라고 하는 '삥뜯는' 일진과 정부가 다른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빵셔틀을 묵묵히 감내하던 기업은 이제 없다.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사업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특히 대기업은 인건비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이 날 사업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쥐꼬리만 한 예산으로 쥐어짜내는 식의 공공사업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13평짜리 공공임대 아파트가 아닌 래미안에 살고 싶으면 그만큼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게 이치다.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