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복지 사각지대 해소 위한 제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1 18:00

수정 2020.12.21 18:00

[fn광장] 복지 사각지대 해소 위한 제언
한 국가의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그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으며 누리는 복지의 정도는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일어난 '방배동 모자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기초수급자였던 어머니가 지병으로 집에서 사망했는데, 30대 발달장애 아들이 혼자 대처할 수 없어 길거리로 나와 노숙자로 전전하다가 발견된 경우다. 이 사건이 알려진 경위도 공식적인 복지체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숙자 발달장애 아들을 길에서 만난 어느 민간 사회복지사가 도움의 손길을 뻗는 과정에서였다고 한다. 그동안 시신이 적어도 5개월 이상 집에 방치됐다고 하니 그 비극적인 사연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잊을 만하면 반복돼왔다. 최근의 사건들만 봐도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 2019년 '관악구 탈북 모자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이번에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취약계층 전수조사, 위기가구 발굴대책, 모니터링 상담 강화 등 대책을 쏟아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번 방배동 사건이 기존의 사건과 다른 점은 모자 가구가 이미 기초주거급여를 받고 있어 복지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는 경우라는 것이다.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등은 아예 복지시스템 밖에 있던 사례라 상황을 미리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복지시스템과 지속적으로 접촉이 있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기존의 복지는 대부분 복지관과 같은 일정 장소에 모여 대면서비스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지관과 같은 곳은 아예 폐쇄가 되고, 서비스도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이런 변화로 팬데믹 상황에서 기존의 복지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회성, 보여주기 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일정 장소에 모여서 복지서비스를 받는 '집합적' 복지 방식에서 탈피해 개별적 맞춤형 복지서비스 체계를 지역사회 내에 구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오히려 방역시스템을 완비한 상태에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일대일 가정방문 서비스를 통한 찾아가는 상담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복지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체계의 현장은 지역사회다. 튼튼한 지역 복지체계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가 내려보내는 복지서비스를 단순 전달하는 역할만 해서는 지역의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현재는 지역에서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용처를 정해서 배분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실정에 맞는 대책을 자율적으로 세우기가 힘든 상태다. 복지예산과 행정체계에서 지역의 자율성을 대폭 늘려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복지사각 지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촘촘한 맞춤형 지역사회 사회안전망 체계의 강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