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2017년 자동차 개발을 인정했던 애플이 이르면 2024년에 자율주행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애플은 당초 차량용 시스템만 개발해 판매한다고 알려졌으나 이번 계획과 관계된 소식통들은 애플이 다시 완성차 시장으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21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 등 미 IT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영국 및 대만 언론들은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자동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꾸려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 구글의 '웨이모'와 맞서려 했다. 애플은 2015년부터 일반 상용차에 자율주행 센서를 장착해 시험 주행을 진행했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7년 6월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차 사업 진출을 공식 인정했다. 당시 미 언론들은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기술 부족으로 완성차 대신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익명의 관계자는 애플이 지난 2018년에 더그 필드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영입하고 프로젝트에서 190명을 해고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섰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애플이 웨이모처럼 자율주행 로봇 택시보다 개인용 승용차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차량을 만들 만한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플 2024년 차량 출시를 노린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자동차 출시설은 이미 이달 초부터 애플의 핵심 생산기지인 대만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9일 애플이 대만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인공지능 칩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대만 경제지 경제일보는 21일 보도에서 애플이 자동차 출시를 앞두고 대만 협력 업체에 관련 납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대만 관계자는 애플이 최소 2023년까지 자동차를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내년 9월에 첫 자동차를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과 접촉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직 자동차 조립을 위한 파트너 업체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생산 전부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아니라고 전했다. 자율주행 시스템만 제공한다는 사업안도 아직 살아있다. 다른 2명의 관계자는 애플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감안해 실제 생산을 2025년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앞서 다국적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 협력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논의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플이 혁신적인 차량용 배터리 설계를 갖췄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관계자는 애플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경쟁사 테슬라와 달리 배터리에서 파우치와 모듈을 없애 배터리셀의 용량을 키우는 '모노셀' 디자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배터리에 과열 가능성이 낮은 리튬인산철(LFP)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관계자는 "애플의 배터리는 수준이 다르다"라며 "사람들은 마치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처럼 놀라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자율주행의 필수품이자 주변 물체의 거리를 감지하는 라이다(LiDAR) 센서의 경우 외부 업체에서 공급받을 전망이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보도가 관계자 증언에 의존하고 있다며 애플의 자동차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제조 기반 없이 맨손으로 시작한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로 이익을 볼 때까지 17년이 걸렸다. 애플에 투자중인 미 헤지펀드 귈레인캐피털의 트립 밀러 파트너는 이번 보도에 대해 "애플이 자율주행시스템이나 배터리 기술을 활용하려면 관련 허가가 있는 기존의 제조업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 업체를 보면 하룻밤 사이에 국제적인 생산망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주가는 이번 보도당일 전일 대비 1.24% 올랐다. 반면 같은날 처음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된 테슬라 주식은 변종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와 애플 자동차의 등장 소식에 6.5% 폭락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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