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유수의 국제기구는 금년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OECD는 12월 발표한 전망에서 세계경제가 2020년 -4.2% 역성장 이후 2021년 4.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월에 나온 IMF의 전망치는 2020년 -4.4%, 2021년 5.2%다. 지난 11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2020년 -5.1%와 2021년 5% 성장전망을 발표했다. 2021년 세계경제 상황이 금년보다는 훨씬 나아지겠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세계 경제성장 추세로 빠르게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상황이 '뉴노멀'이었다면 이제는 '뉴뉴노멀(New New Normal)'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애초에 2020년의 경기침체와 세계경제의 위기는 보건위험이라는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초래됐다. 그럼에도 정책대응 과정에서 파생된 실물경제와 금융부문의 괴리, 자본시장의 과열,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에는 경제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2021년 팬데믹 상황이 호전될 경우 출구전략 수립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은 물론 정책포용성도 정책디자인 단계부터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급증과 온라인 화상회의가 일상화되는 한편 5G,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활용이 확대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산적한 국제사회의 현안대응도 중요한 과제다. 당장 개도국의 백신 확보와 같은 팬데믹 대응도 개별국가에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과 세계화의 역행, 전통적 무역은 둔화하는 데 비해 급증하는 디지털 무역 관련규범 정립 등은 국제공조가 시급한 현안들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미국의 기조 변화로 국제질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전제조건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과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이다.
우리가 가진 20세기의 제도적 틀로 뉴뉴노멀 시대의 디지털 규범과 같은 21세기 문제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은 이미 보건위험에 따른 비용을 내재화하면서 기존에 효율성만을 고려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결국 관건은 제도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국가별로 경제성과가 다른 이유를 문화, 기후, 지리와 같은 외부적 환경요인이 아니라 정치·경제 제도의 차이에서 찾는다. 좋은 정책이 모이면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제도개혁이 곧 경제정책의 성공 확률을 높여 경제성장에 도움을 준다. 2021년이 코로나19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과 제도개선의 선순환을 정착시키는 희망의 새해가 됐으면 한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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