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노주석 칼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유감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3 18:00

수정 2020.12.23 18:00

광장 역사는 권력투쟁의 산물
시장 임기중 업적 남기려 욕심
오래 걸려도 제대로 추진하길
[노주석 칼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유감
광화문광장은 권력투쟁의 산물이다. 조선시대 광화문광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왕명을 받는 관청이 자리한 육조거리였다. 일제강점기 '총독부 앞'을 거쳐 미 군정기 '군정청 앞'이었다. 해방 후 '중앙청 앞'으로 불렸다. 광장 조성 아이디어는 1994년 이원종 시장 때 처음 나왔다.
이듬해 지방자치제 실시 후 첫 민선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조순 시장이 거부했다.

조 시장은 광화문광장 조성을 불요불급한 탁상행정으로 취급했다. "서울시 공직자 여러분, 정말 서울시민을 사랑한다면 이래선 안 됩니다. 이런 짓은 하지 마십시오"라며 단호하게 내쳤다. 이명박 시장이 광장 조성을 추진했을 때 노무현정부가 반대했다. 결국 광화문광장은 2009년 오세훈 시장 때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박원순 전 시장이 2016년 재구조화에 도전했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광장 서쪽은 차도가 없어지고 공원이 된다. 반대편인 주한 미국대사관 쪽에는 왕복 7차로가 생긴다. 공사는 내년 10월쯤 완공될 예정이다. 경실련을 비롯한 9개 시민단체는 공사 무효소송을 냈다. 현재의 광장을 만든 오세훈 전 시장과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시기의 부적절함이다. 시장이 바뀌면 공사를 중단할 수도 있는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주장이다. 791억원이 광장 재구조화 예산으로 잡혀 있다. 시장 권한대행이 시행하기보다 연기하거나 유보하는 게 옳다는 논리다.

두번째는 광장 형태에 대한 불만이다. 세종문화회관 방향 차로를 보도로 바꾸는 안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이 아닌 '세종문화회관 광장'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지금은 광장 중앙에 놓여 있는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공사 후에는 광장 오른쪽 길옆으로 밀려나게 된다. 건축가 승효상이 2005년 제시한 프레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결과다.

세번째는 교통난이다. 왕복 12차로를 왕복 7차로로 줄일 경우 사대문 안이 교통지옥으로 변한다는 의견이다. 네번째는 광화문 앞에 월대(月臺)와 해태상을 놓으려고 사직로와 율곡로를 구조변경시켜 우회시키는 역사광장 조성안에 대한 반발이다.

현재의 개편안과 공사 강행 논리는 더 많은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 百家爭鳴)을 부를 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권고한다. 2017년 각계 전문가 33인으로 결성된 '광화문포럼'이 제시한 최종안이 정답에 가깝다. 광화문 앞 전체를 보행광장으로 조성하고, 차도는 지하화하는 안이다. 사직로와 율곡로도 곡선형태로 지하화해서 월대와 해태를 제자리에 두는 방안이다.

천문학적인 공사비 타령을 하지만, 이 안이 채택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너무 긴' 공사기간 때문이었다. 시장 임기 중 완공해 업적을 남기려는 정치적 욕심이 거듭된 무리수를 불렀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서울시민은 얼치기, 누더기 광장을 원치 않는다.
10년 아니 20년이 걸리더라도 온전한 광장을 원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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