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깐깐한 엄마도 엄지족 합류… 생선·과일까지 새벽배송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7 18:07

수정 2020.12.27 18:07

코로나가 바꾼 소비생활
<1> 일상이 된 ‘온라인 장보기’
신세계百 매출 절반 이상이 5060
위메프 마스크 매출 573% 늘어
e커머스 시장 200조원 시대 눈앞
깐깐한 엄마도 엄지족 합류… 생선·과일까지 새벽배송
#. 40대 주부 김모씨 문 앞은 택배로 가득찼다. 새벽에는 각종 식료품을 담은 마켓컬리 상자가, 오후에는 로켓배송으로 학용품과 장난감, 샴푸 등 아이들을 위한 용품이 배송된다. 오늘은 남편을 위해 생선회도 새벽배송으로 주문했다. 김씨는 "요즘은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 뿐만 아니라 꽃, 생선회까지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며 "올 한해 코로나19로 외출 한 번 마음 편하게 못했다. 온라인 장보기가 없었다면 생활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온라인'이었다.
우리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는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숨통을 죈 반면, 화려한 온라인 쇼핑 시대를 열었다.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장보기'다. 온라인에 익숙한 20~40대를 넘어 50대와 60대까지 온라인 쇼핑 행렬에 합류한 것은 e커머스 업계로서는 최대 성과다.

■'엄빠'도 온라인에서 장본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3년 38조원에서 2019년 134조원대로 커졌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올해 150조원대, 2022년에는 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모바일 비중은 64.4%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중장년층의 '엄지족' 합류다. 온라인에 익숙한 20~40대뿐만 아니라 50~60대, 심지어 70대까지 온라인 장보기 경험치를 쌓았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정모씨(69)는 요즘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주문이 어색하지 않다. 코로나 사태 초반에는 딸이 주문해줬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스스로 식재료나 생필품을 챙긴다. 정씨는 "여전히 채소나 과일, 생선 등 먹거리 장은 직접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온라인 상품도 예상보다 괜찮았다"며 "쌀이나 생수는 마트에서 사면 가져오기가 무거웠는데 집에서 주문하고 받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말했다.

50~60대의 온라인 쇼핑은 올해 탄력을 받았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매직 픽업' 서비스를 이용한 50~60대 소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1%나 늘었다. 주문과 결제는 온라인인 SSG닷컴에서, 제품은 백화점에서 찾는 서비스다. 신세계백화점의 쌀이나 채소 등 신선식품의 온라인 매출 비중도 50~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 200조원대로 성장

식재료, 생필품 등 일상과 관련된 모든 제품군에서 올해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은 가팔랐다. 위메프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필수적인 마스크(573%), 손세정제(373%), 소독티슈(151%) 등 위생용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우수 농·축·수산물 직배송 서비스 '갓신선' 프로젝트의 경우 이달 들어 주간 평균 40%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식료품 경쟁력을 대폭 강화한 SSG닷컴의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거래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가량 늘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인 연말이 되자 SSG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 주문마감률은 99%에 달했다.

롯데의 온라인 쇼핑채널 롯데온의 지난 14~20일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43.3% 증가했다. 식품이 44.2%로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고, 주방용품 65.7%, 생활용품 34.3% 등 '집콕'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로 올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새벽배송 선두주자 마켓컬리도 올해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경험한 이들이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예전의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는 '록인'(lock-in)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주도권은 이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고 봐야 한다"며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온라인 성장과 중장년층의 '엄지족' 합류로 200조원 시대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