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공정위 잣대는 '점유율'…스타트업들은 "해외 빅딜 놓쳤다" [DH에 "요기요 팔아라"]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8 18:00

수정 2020.12.28 18:10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배민·요기요 합치면 점유율 99%
공정위 "경쟁제한성 모두 충족"
스타트업단체는 정부 결정 비판
"아날로그식으로 디지털산업 규제"
공정위 잣대는 '점유율'…스타트업들은 "해외 빅딜 놓쳤다" [DH에 "요기요 팔아라"]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우형)간 조건부 기업결합을 결정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업계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단순히 시장점유율 면에서의 우월적 지위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입점업체 등의 피해방지 차원까지 두루 점검해 기업결합을 판단했다. 반면, 관련 업계는 공정위가 기존의 아날로그 관점으로 디지털 산업을 규제하려 든다며 반발했다.

■업계 "독점 우려 없다" vs 공정위 "경쟁제한성 모두 충족"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모두 충족된다고 봤다. 경쟁제한성은 점유율 50% 이상, 1위, 2위와의 점유율 격차가 자신의 점유율의 25% 이상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2019년도 거래금액 기준으로 99.2%다.
뿐만 아니라 음식점 수수료, 이용 소비자 수 등 다른 지표도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실제로 소비자와 음식점 등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할인 프로모션 경쟁을 하던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질 경우,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방 대비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문 건당 쿠폰할인을 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들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봤다. 공정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DH-배민이 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입점 음식점의 이탈률은 1% 미만이었다. 그만큼 음식점 입장에서는 두 배달앱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독점 우려와 관련해서도 DH는 지난달 "배민을 인수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배민, 요기요, 배달통 등을 따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독점의 우려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의 이용자들이 서로를 차선의 선택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상호 간 수요대체성과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쿠팡이츠 성장 등 시장 역동적이지만…"아직 차이 커"

DH는 쿠팡이츠 등 경쟁 사업자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배달 앱 시장이 역동적이기 때문에 경쟁제한 우려가 적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2009년 지마켓과 옥션의 기업결합 심사 때도 시장 점유율이 80%를 훌쩍 넘었으나 10년만에 쿠팡이 시장 우위를 선점하는 등 시장 동태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전국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5% 미만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전국규모 사업자로 거듭나지 않으면 배민과 요기요에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뿐만 아니라 DH는 이번 결합으로 "음식점 수가 증가하면 주문밀도가 상승하여 배달시간이 단축되고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라이더 1인당 배달량 증가로 인해 배달시간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어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자체배달 확대나 라이더 증원 등 본 건 결합보다 경쟁제한성이 더 적은 다른 방법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갑자기 주인 잃은 DHK 어쩌나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요기요의 운영사 DHK는 결국 주인을 잃고 표류하게 됐다. DHK 직원 1000여명은 돌연 주인 없는 회사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기다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매각과정에서 구조조정이라도 일어난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DHK가 의욕적으로 준비하던 각종 신규 사업들도 올스톱 될 전망이다.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매각될 수 있었던 '빅딜'이 무산됐다는 점에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타트업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 스타트업 M&A인 동시에 글로벌 진출의 중요한 이정표였는데 공정위의 매각 결정으로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DH가 배민을 인수하려는 당초 취지와도 완전히 반대되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규제 혁신을 모토로 하는 시민단체 '규제개혁 당당하게'의 대표활동가 구태언 변호사는 "공정위가 아날로그 시각으로 디지털 산업을 규제하려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나쁜 선례가 생겼고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투자하기 꺼려지는, 불확실성 높은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김아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