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투자은행들이 올해 사상최대 수수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124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이 앞다퉈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투자은행들이 중간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덕이다.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5대 미국 투자은행들이 특히 자금 중개시장을 휩쓸어 전체 수수료의 30%인 370억달러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세계 투자은행들은 회사채 발행 수수료와 주식 발행 수수료로 약 750억달러, 대출·인수합병(M&A) 수수료로 약 490억달러를 거둬들였다.
■ 팬데믹 덕에 사상최대 수수료 수입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보잉, 미 주택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일본 소프트뱅크 등 전세계 기업들이 올해 채권과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주간사로 참여한 투자은행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 제이슨 골드버그는 "채권, 주식 양 시장에서 주간사 은행 업무가 매우 분주한" 한 해였다면서 올해 "팬데믹 관련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대차대조표를 강화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려" 투자은행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거둬들였다고 평가했다.
■ 회사채 발행 수수료, 429억달러
기업들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5조달러를 넘겨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또 다국적 기업들은 3월 기존 신용공여를 축소하는 대신 저금리로 장기 회사채를 발행해 이득을 봤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리를 낮춘데 따른 이득을 챙긴 것이다.
채권발행에 주간사 업무를 맡은 투자은행들의 수수료 수입 역시 덩달아 뛰었다. 이들은 수수료로 429억달러를 벌어 1년전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대비 25%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기업들이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고, 부채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는 올해의 채권 발행 주간사 수수료 풍년을 재연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 주식발행 수수료도 짭잘
상장을 위한 초기 주식 공모(IPO), 신주발행 등 주식 발행 주간사 은행 수수료 역시 상당한 규모였다.
미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업체 스노플레이크,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 도어대시 등 기업가치가 높은 업체들이 올해 잇달아 상장한 것도 투자은행들에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안겨줬다.
올해 전세계에서 상장을 통해 기업들이 끌어들인 자본 규모는 3000억달러에 육박해 2007년을 제외하면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덕분에 IPO에 주간사 은행으로 참여한 투자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은 전년비 배 가까이(90%) 폭증한 130억달러로 최소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또 여기에 투자은행들이 기업들의 신주 발행 등에 주간사 은행 업무를 담당하면서 챙긴 수수료까지 더하면 주식발행 수수료는 모두 약 32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수수료 수입 183억달러에 비해 75% 급증했다.
■ 미·유럽, 엇갈린 운명
투자은행들 사이에 희비는 엇갈렸다. 미 은행들이 약진한 반면 유럽 투자은행들은 미 은행들에 밀렸다.
JP모간 등 미 5대 투자은행은 올해 전체 수수료 수입의 30%인 약 370억달러를 챙기며 2013년 이후 전세계 투자은행 수수료 비중에서 수위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 투자은행들은 수수료 수입 비중이 25%에도 못미쳐 최소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그렇지만 막대한 수수료 수입이 투자은행들의 주가 상승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은행들이 팬데믹과 이에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막대한 규모의 대출손실을 예상해 부담금을 쌓아두며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KBW 은행업종 지수는 올들어 14% 하락했다.
5대 미 투자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모간스탠리만이 30%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폭 14%를 크게 웃돌았을 뿐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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