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지난달 26일 서울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최종합의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의 조정문 변경 요구로 무기한 연기됐다. 권익위가 작성한 조정문에는 계약시점과 대금지급 시점이 적혀 있는데 서울시는 △계약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교체하자고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조정문의 구속력을 배제하자는 취지라는게 대한항공의 판단이다.
이후 권익위는 '부지 매매 시기를 2021년 4월 30일로 특정하고 천재지변, 피신청기관의 의회 부동의 등 사유가 있다면 관계 기관이 협의해 정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보냈지만 서울시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협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이 올해 추진중인 강도높은 자구안 가운데 송현동 부지 매각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앞서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1조2000억원 자금 지원에 대해 2조원 가량의 자구안을 내년까지 이행키로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이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기내식·기내면세판매 사업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9906억원에 매각하는 등 2조원 가량을 확보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도 자구안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대한항공이 2월 현금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 계획을 발표하자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5월 말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1차 입찰 마감 시한까지 1개 업체도 입찰하지 않았다. 매각이 장기화되며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과 칼 리무진 매각 추진 업무협약(MOU) 등 기타 유휴자산 매각에도 나서고 있다. 여기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월셔그랜드호텔도 매각을 다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기안기금 신청, 아시아나항공 통합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송현동 부지 매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서울시가 기존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매매계약 시기를 어느정도 특정하겠다는 진전된 내용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내년 상반기 중 기안기금 신청, 아시아나항공 통합 등 현안에 앞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서울시가 조속한 재원 마련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내용을 권익위를 통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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