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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여성이사 의무화는 사회변화의 촉매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30 18:00

수정 2020.12.30 18:00

[fn시평] 여성이사 의무화는 사회변화의 촉매제
이달 초 미주중앙일보에 '한미, 윌셔 등 4대 상장 한인은행이 여성 이사를 찾느라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떴다. 내년 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들은 이사가 5명인 이사회는 최소 2명, 6명 이상이면 최소 3명의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첫 위반 시에는 10만달러, 그 이후에는 3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근 나스닥도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이사진에 최소 1명의 여성과 1명의 소수인종 또는 성소수자를 포함할 것을 의무화하는 제안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나스닥의 다양성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지난 1월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다양성을 충족하는 이사가 없는 기업에 대해선 향후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 이사회의 다양성은 유럽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왜 이토록 기업 경영에 있어서 다양성이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일까? 메리츠더우먼펀드 책임자인 존 리 대표는 다양성을 갖춘 기업들이 경영성과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먼펀드는 기업의 성 다양성과 성 형평성을 평가해 선도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평균 펀드수익률을 상회한다. 다양성에는 공정한 평가와 경쟁시스템으로 무장해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고루 활용하는 인사전략이 내재돼 있다.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조직을 변화시키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내면서 시너지효과를 낸다. 맥킨지가 올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기업 경영진의 성 다양성 수준이 상위 25%인 기업들은 하위 25%인 기업들보다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금년 1월에 최운열 전 국회의원과 우리 협회가 함께 노력해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를 법제화했다. 2022년 8월까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 147개소는 이사회에 최소 여성 1명을 선임해야 한다. 현재 상장기업 여성 이사 비율은 4.1 %이다. 이 제도가 당장 기업에는 부담을 주지만, 나스닥과 골드만삭스의 조치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기업을 지원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는 이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주는 시사점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달에 창립 4주년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 경제개혁연구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는 기업 내 여성 임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주장은 여성이사 의무화제도에 또 하나의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또 그는 "한국거래소는 공시에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지 설명의무를 두도록 해야 하고 국민연금은 여성사외이사의 사내 영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사회에 여성 한 명이 들어간다고 해서 단번에 의사결정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진 않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이 능력 있는 여성 임원을 발탁하고 승진시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LG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여성 임원 승진 규모로 사상 최대인 11명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포스코, 씨티은행에서도 최초로 여성 CEO가 탄생했다.
이렇듯 여성 이사 의무화제는 기업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벌써부터 톡톡히 하고 있다.

동 제도는 2022년 8월부터 실행된다.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가 다양성을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함으로써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되고 발전되어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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