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여행길 막히자 명품백 플렉스… 백화점 살린 2030 보복소비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30 18:34

수정 2020.12.30 18:34

코로나가 바꾼 소비생활
<4·끝> ‘명품’ 큰손 된 MZ세대
백화점 명품 매장 대기만 1시간
휴가철 현대百 매출 신장률 40%
롯데·신세계도 두 자릿수 성장세
10~50대 패딩에만 113만원 지출
가전·리빙제품도 ‘프리미엄’ 대세
여행길 막히자 명품백 플렉스… 백화점 살린 2030 보복소비
#1. 면세점 창고에 쌓인 명품 내수 판매가 시작된 지난 6월, 서울의 한 백화점 앞에는 이른 새벽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아침부터 내리는 빗속에서도 모이기 시작한 인파는 백화점 개점 30분 만에 번호표 700장을 동나게 했다.

#2. 20대 A씨는 최근 1년간 모았던 적금을 깨 티파니 목걸이를 샀다. 30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지만 '힘들게 보낸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뿌듯해했다. A씨는 "다소 비싸지만 내가 만족하면 된 것 아니냐"며 웃었다.

명품 전성시대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수백명을 넘어선 요즘도 백화점 명품 매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주말에는 샤넬이나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려면 대기 시간만 최소 1시간이다.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드는 '오픈런'도 더이상 드문 광경이 아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보복소비'로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30대인 MZ세대가 주요 구매층으로 가세하면서 명품의 인기는 펄펄 끓고 있다.

■명품도 2030이 '큰손'

30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2월 현재까지 백화점 내 명품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은 지난 3월을 제외하고 줄곧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여름 휴가철인 7~8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보복심리로 명품 매출 신장률이 40%를 넘었다. 이달(15일 기준) 들어서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판매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MZ세대의 고객층 편입이다. 보통 경제적 기반을 갖춘 30대 이상이 명품 주요 소비층이었다면 최근에는 20대가 '큰 손'으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1~11월 명품 매출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30대가 32%로 제일 많았다. 40대 22%, 50대 20%, 60대 이상이 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에서도 20대와 30대가 명품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8%와 21.4%로 지난 2017년 4.8%, 17.4%에 비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30대 매출 비중이 50.6%로 절반을 넘는다.

2030의 명품 구매는 단순히 '명품백'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명품커머스 플랫폼 머스트잇이 올해 11월 한 달간 10~50대 여성고객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프리미엄 패딩 구입시 평균 113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은 언제나 호황"이라며 "30대 이하 젊은 고객들이 많이 명품을 찾은게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가구·가전도 '프리미엄'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집콕'이 대세가 되면서 리빙, 가전 제품에서도 '프리미엄'의 비중이 늘었다. LG전자의 '오브제 냉장고'는 40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한 달을 기다려야 물건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전자랜드의 경우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380만원이 넘는 안마의자 판매(수량 기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LED TV(340만원 이상)와 양문형 냉장고(300만원 이상)는 각각 63%, 49% 신장했다.
식기세척기도 고가(140만원 이상) 제품이 214%나 더 팔렸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올해 들어 11월까지 가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3% 확대된 가운데 '유라' '브레빌' '드롱기' 등 100만원을 훌쩍 넘는 럭셔리 커피머신 매출이 42%, '뱅앤올룹슨' '제네바' 등 수입 음향기기 매출은 16% 각각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프리미엄 가전으로 쏠리면서 가전업계에도 '플렉스(flex)' 열풍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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