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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대기업 임원 ‘3년차 공무원’으로 변신 [fn이사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30 18:37

수정 2020.12.30 18:37

윤지숙 통계청 빅데이터통계과장
"이용자 직접 만나 문제점 개선하니
데이터 제공건수 3배 이상 급증
국가 이익으로 귀속돼 뿌듯하다"
20년 대기업 임원 ‘3년차 공무원’으로 변신 [fn이사람]
"서울에서 대전까지 매일 왕복 5시간을 출퇴근하고 있어요. 왜 힘들지 않겠어요. 그래도 제가 흘린 땀이 특정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국가의 이익으로 귀속된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

지난 2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만난 윤지숙 통계청 빅데이터통계과장(54·사진)은 좀 독특한 공무원이다. 지금이야 통계청 과장이란 직함이 어색하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윤 과장 스스로도 공직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다.

서울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계산통계 석사학위를 받은 윤 과장은 SAS코리아, 유니보스 등에서 일했다. 씨티은행에서는 합병한 은행의 데이터 통합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경력이 있다. 또 IBM에선 금융산업 전담자로 일하며 회사 최초로 금융권 빅데이터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20여년간 외국계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며 데이터 분석, 마케팅 분야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오던 그의 인생을 바꾼 건 예상치 못한 전화였다. 인사혁신처로부터 공직 제안을 받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2017년 7월 공무원이 됐다.

정부로 영입된 이후 그는 지난 3년여 동안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과 과장으로 일했다. 윤 과장은 "지난 3년 동안 마이크로데이터과는 대외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물론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당장 드러나는 성과는 마이크로데이터 제공 건수다. 마이크로데이터는 분석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한 일종의 '원자료'다. 주로 대학교수와 연구기관의 박사들이 많이 찾는다. 2017년까지만 해도 3만건이 안됐던 제공건수는 2020년 9만5000건까지 3배 이상 급증했다. 비결이 궁금했다.

윤 과장은 "데이터 생산자가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했다"고 했다. 그는 "교수나 박사 등 실제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다. 미흡한 점을 묻고 어떤 것을 개선하면 좋을지 조사부터 했다"며 "석달 동안 기획부터 시스템을 망라해 개선과제를 15개 추렸고 이를 3년 동안 차근차근 고쳐나갔다"고 설명했다.

올해 9월 윤 과장은 빅데이터통계과로 자리를 옮겼다. 빅데이터란 뭘까. 그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조사요원들이 전화나 방문 등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 이뤄진다. 이런 조사가 아닌 방식으로 수집되는 모든 데이터가 빅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그럼 빅데이터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윤 과장은 "네덜란드에서 특정 기간 월마트 주차장 내 차의 숫자로 월마트 주가를 예측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 분야에서 한국은 네덜란드나 영국처럼 앞서가진 못하고 있지만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현재 화물차 같은 교통량 데이터를 가지고 특정 지역의 경제 흐름을 선행적으로 파악하는 '실험 통계'에 착수했다. 내년 중엔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은 "조사를 대체해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며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하면 언젠가는 처음부터 빅데이터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