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세계적 석학이 공무원 월급받고 신설연구소 오겠나"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3 09:00

수정 2021.01.03 14:58

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 감염병연구소 이원화 배경 밝혀
감염병연구소는 연구관리, 임상관리 등에 중점적으로 역량 강화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석학 유치해 기초연구 키우는 투트랙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염한웅 부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염한웅 부의장


[파이낸셜뉴스] "세계적 수준의 바이러스 연구자가 공무원 월급 받으면서 한국 신설 연구소에 가겠습니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염한웅 부의장은 질병관리청의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분리 신설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립감영병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 분리 이후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어느곳도 자세한 배경 설명이 없었다. 그결과 연구소 신설 발표 당시부터 지금까지 두 부처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졌고 기초와 응용 분야를 나눠 비효율적 연구 체계를 세웠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감염병연구소는 감염병과 관련된 임상중심의 연구 조직과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국내외 석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3일 염한웅 부의장에 따르면 전문가 그룹은 연구소 이원화가 국내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고 최단기간 효과적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향후 두 연구소가 일정 역량이 갖춰졌을때 합치는 것이다. 염 부의장은 '밥그릇 싸움' 논란과 관련해 "과기정통부와 복지부가 자기들 예산 다툼의 결과로 보기에는 조금 오해가 있다"면서 "그런거였다면 처음부터 내가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국민들이 원하는 감염병연구소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참여했던 미국국립보건원(NIH) 같은 역할을 해주길 원하고 있다. NIH는 연간 33조원의 연구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만 2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그는 "기본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예산만 쏟아붙는다고 역량을 키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감염병연구소가 제대로된 연구역량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 10~15년이 걸린다는 것.

현재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2021년 국가 R&D예산 중 기초과학 분야 R&D 비중은 6%뿐이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확산에서 기초연구 역량이 부족해 감염병 백신 개발 등 과학기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감염병 R&D의 핵심은 백신개발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백신개발 역량이 많이 뒤처져 있다.

그는 "mRNA백신 같은 첨단 백신 기술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많지 않아 아직 기초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석학을 유치해 바이러스와 감염병과 관련된 기초역량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인 감염병연구소는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에 버금가는 인건비를 지급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를 유치할 수 없다. 국내외 석학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IBS 연구단이다.

IBS는 과기정통부 직속 기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연구조직이다. 하나의 연구단에 연간 약 50억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인력도 50명 안팎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나 다른 연구기관이 수행하기 어려운 순수기초연구 단계의 장기 중대형 융합연구를 할 수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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