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코로나가 불러온 동물입양 붐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31 18:00

수정 2020.12.31 18:00

[기자수첩] 코로나가 불러온 동물입양 붐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 유기를 우려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반려동물(유기동물 포함) 입양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외국에서 수입된 반려동물은 반려견과 반려묘를 합쳐 1만2700마리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의 2배를 넘는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동물입양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반려견 입양 트렌드를 반영한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많은 동물이 가족을 만났다는 건 좋은 소식이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그 자리를 지킬지는 두고 봐야 한다. 충동적으로 반려견 혹은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반려견의 습성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외롭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귀엽고 멋지다는 이유로 입양문의를 하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려동물을 입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는 응답 비중이 30%를 넘었다고 한다.

반려견 입양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려견 '가격'이 폭등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반려견 분양을 하는 브리더들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며 반려견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품종견'은 이미 분양예약이 빠르게 완료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강아지 가격이 크게 올라 평균 1900파운드(약 276만원)에 육박했다. 혈통 있는 품종견은 가격이 1000~3000파운드(150만~450만원)까지 올라가고, 혈통견이 아닌 경우에도 이보다 조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은 데려왔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버리거나 바꿀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한번 입양하면 10년 이상 책임지며 '평생가족'으로 삶을 함께하는 존재다.
반려동물에게 보호자는 세상의 전부, 세상 그 자체라고 한다. 2021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여유와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책임감을 갖고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란다.
반려동물 유기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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