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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코로나19는 리더십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31 18:00

수정 2020.12.31 18:03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코로나19는 리더십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리더십 시험대이자 리더십 회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의 코로나19 방역 협조 덕분에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했다. 그러나 백신 확보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과 정부의 일관성 없는 설명과 불투명한 소통은 국민의 혹독한 비난과 지지율 하락 그리고 분열을 초래했다.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빛이 바랬고, 위기관리 리더십은 실종됐다.

코로나19 위기관리 리더십으로 유럽 최고 리더로 재부상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12월 9일 하원 연설은 호소력과 설득력에서 탁월하다. "후일 지금 무엇을 했는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라는 공동의 책임과 역사의식을 자극하고 참여와 협조를 구했다.
국가부채 증가를 끔찍이 싫어하는 독일은 작년 10월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8.9% 수준인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도입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 대상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대책은 올바른 방향이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코로나19 이후 소득격차의 급격한 확대를 막는 것이 현재 중요한 정책과제다. 작년 1~9월 취약계층인 1~2분위의 근로소득은 각각 10.7%와 7.9% 감소한 반면 3~5분위 근로소득은 소폭 증가(평균 1.2%)했다. 정부정책은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방치하면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극대화된 'K자' 회복과 성장이 나타나고, '한국판 트럼프' 출현에 적합한 정치토양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GDP의 3.5%(10월 기준)로 주요 20개국 선진경제국 중 꼴찌인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소통 리더십을 보여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노정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실무진에게만 미루지 말고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승리 축하와 함께 한국의 협력을 약속하고, 크게 훼손된 WTO의 정상화와 역량 강화에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심화되는 미·중 경쟁에서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과 균형점을 찾는 외교를 지향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일부 호사가들이 말하는 냉전식 미·중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당초 예상보다 빨리 최대 경제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그들 기준에 합당한 지위와 몫을 거세게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 과정에서 "누구의 규칙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협력적이고 경쟁적인 협상이 지속될 것이다. 때론 매끈하게, 때론 거칠게 펼쳐질 미·중 관계에서 우리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양국 및 주요국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속히 참여해야 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함께하는 것처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의 참여의사 표명을 환영한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국민이 큰 기대를 갖게 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되새기기 바란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려면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19는 국내외적으로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정치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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