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테슬라는 왜 실리콘밸리를 떠나려는 걸까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4 18:00

수정 2021.01.04 18:00

규제와 세금 기업 내쫓아
일자리 없애 빈곤층 늘린
文정부가 반면교사 삼길
[구본영 칼럼] 테슬라는 왜 실리콘밸리를 떠나려는 걸까
새해에도 세계는 아직 코로나19 영향권이다. 그러나 문명사에는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도전이 있으면 응전이 있는 법. 지난해 지구촌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각종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미국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도 그 하나다.

터줏대감 격인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12월 초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 등 중견기업들이 속속 실리콘밸리(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를 떠난다고 선언했다. 잔챙이는 빼더라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과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 등 '공룡'들이 이 대열에 가세한 게 눈에 띈다.


HPE와 오라클의 종착지는 모두 텍사스주의 휴스턴과 오스틴이다. 실리콘밸리(팰로앨토)에 본사를 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도 오스틴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얼마 전 텍사스 운전면허까지 따면서 착착 본사 이전 수순을 밟고 있다.

짧은 미국사에서 캘리포니아는 늘 기회의 땅이었다. 특히 실리콘밸리를 품은 샌프란시스코만이 그랬다. '골드러시' 이래 사람과 돈이 몰려들었다. 미식축구 명문 팀 '샌프란시스코 49ers'의 이름도 캘리포니아 인구 증가가 본격화한 1849년에서 따왔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비대면 산업은 세계적으로 안정적이다. 항공·관광·서비스업의 극심한 불황과 대조적이다. 언택트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이탈이 그래서 이채롭다. 월스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IT기술의 허브 실리콘밸리의 지위 상실 징후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왜 IT 업체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짐을 쌀까. 지난해 4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코로나19 봉쇄령이 도화선이 됐단다. 기업들이 수개월간 재택근무를 실시해보고 주거비 등 생활비가 비싼 곳에 본사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면만 본 분석이다. 보따리를 사는 최고경영자 (CEO)들은 기업 규제를 탓한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관료주의로 스타트업 창업에 차질이 생기고 독점기업만 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미국 언론은 절세효과를 꼽는다. 캘리포니아와 달리 텍사스는 주정부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고 지적하면서다. 결국 과도한 세금과 규제가 실리콘밸리 엑소더스의 근본 요인인 셈이다.

다른 나라 걱정할 계제도 아니다. 지난 연말 국회를 돌아보라. 174석 거여는 재계의 반대에도 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반면 규제자유특구법·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 등 경제활성화법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고도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란다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반기업 정책의 누적된 후유증은 지난 연말 통계에 잡혔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2018년에 16만명, 2019년엔 13만8000명 등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늘어난 빈곤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은 3년6개월 동안 증가폭이 55만명으로 급증했다. 박근혜정부 같은 기간(23만명)에 비해 무려 2.4배다. 말로는 약자 편을 든다면서 주로 저소득층 일자리만 없앤, 최악의 결과다.


내수시장이 넓은 미국에선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기업은 여건이 나은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협소한 시장에서 규제입법을 쏟아낸다면? 기업은 해외로 떠나거나 투자를 줄이고 그만큼 일자리가 사라질 게 뻔하다.
문재인정부가 테슬라 등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가려는 까닭을 곱씹어 볼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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