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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통신요금이 너무 싸면 안됐던 이유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5 16:17

수정 2021.01.05 16:31

[파이낸셜뉴스] 이동통신 회사들의 요금경쟁이 불붙는 모양이다. 통신회사들이 서로 싼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예고까지 하면서 소비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이동전화 사용자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잡음이 들린다. 이동통신 요금 담당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 요금제 출시에 대해 반대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싼 요금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공식해명하고 있지만, 사실 통신정책 담당 부처가 대형 이동통신 회사의 싼 요금제에 대해 한번은 고민하고 살펴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나때는 말야' 식으로 잠깐 숨을 고르고 따져보면, 대형 이동통신 사업자의 막무가내식 싼 요금 출시를 막는 것은 통신정책 담당 부처의 기본 업무다. 얼핏 들으면 말 안되는 소리같지만 통신요금이 너무 싸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다.

[이구순의 느린걸음] 통신요금이 너무 싸면 안됐던 이유

대형 통신 사업자가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약소 이동통신 회사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요금을 대폭 깎는다. 자금이 부족해 요금경쟁을 따라가지 못한 약소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대형 통신 사업자는 다시 요금을 올려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교과서 용어로 하면 약탈적 요금제다. 이런 요금경쟁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대형 이동통신 사업자의 요금을 일일이 허가한다. 너무 싸서 경쟁을 해치지는 않는지, 너무 비싸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는 않는지 세밀하게 앞뒤를 살핀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기술력도 부족해 이동통신 사업에 아무나 뛰어들지 못하던 시절 정해진 정부의 의무였다.

그런데 요즘 통신시장 경쟁 구도와 소비자들이 충분하게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요즘 통신시장을 생각하면 정부의 통신요금 정책도 업그레이드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통신시장 독점 따위는 이제 현실에서 걱정조차 필요없는 시장이 됐다. 통신시장의 경쟁은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더이상 정부가 통신요금을 일일이 허가하지 않아도 경쟁이 작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결국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법률 개정까지 만들어낸 것 아니겠는가. 인가제를 폐지하면서,통신요금 인가를 구실로 대형 통신사를 규제해 약소 통신회사를 보호하던 묶음규제도 함께 폐지한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정부로서는 싼 통신요금에 대한 고민이 한번쯤은 했어야 맞다 싶다. 그 고민은 인가제 없이도, 정부 개입 없이도 통신요금 경쟁이 예상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이라야 한다 싶다.

대선이니 총선이니 큰 선거 한번 치를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 공약에 정부와 통신회사, 소비자가 모두 시달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요즘 시절에 맞는 현실적인 통신요금 정책 아닐까 싶다.

이미 충분히 경쟁하고 있는 통신요금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구조를 못박아 두고, 경쟁의 작동을 확인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통신요금 정책 아닐까 싶다.

시장을 해치지 않고,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은 한발 뒤에서 지원하는 구조가 정착하도록 해줬으면 한다.
선거 공약이나 법이 아니라 경쟁으로 돌아가는 시장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최선이라는 것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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