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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꼬아놓은 日방역 [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6 16:38

수정 2021.01.06 17:56

한국 선방속 일본은 긴급사태 '초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을 앞둔 일본 도쿄 시내 유흥가에서 지난 5일 밤 시민들이 술자리를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을 앞둔 일본 도쿄 시내 유흥가에서 지난 5일 밤 시민들이 술자리를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시아의 방역 모범국 일본과 한국이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3차 대확산속에서 '미세한 갈림길'에 섰다. 6일 한국이 수도권 2.5단계 거리두기 지속 덕분에 이틀 연속 확진자가 1000명 밑으로 떨어진 반면, 일본은 5000명에 육박하며 긴급사태 선언을 앞두고 있다. 한국이 최대 위기를 극복하면서 선방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여전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 향후 상황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으나, 이날 현 시점, 한·일의 분위기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예상대로라면 7일 도쿄와 수도권 등 4개 광역지역에 한 달 간 긴급사태를 선언한다. "이번에도 또 늦었다"는 게 일본 사회 분위기다. 전임 아베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 선언에 머뭇댔다. 이유는 '정권 연장'과 '선거'라는 변수 때문이다.

■日 선거 이유로 방역 '뒷전'
스가 총리로서는 중의원 선거 압승이 곧 재선의 발판이 된다. 일본 중의원 선거는 당초에는 지난해 가을, 겨울 등으로 수차례 저울질 됐으나, 이후 1월설도 나왔지만 이 역시 현재로서는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선거 압승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전제다. 경기를 살리지 못하면 민심은 떠나기 마련이다. 전후 일본 정치를 지배한 정치 공식은 '경제를 망치고선 정권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 재확산세에도 여행, 외식 장려책인 '고 투 캠페인'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도 어떻게든 경기를 살려, 선거를 치러보겠다는 그 나름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자민당과 연립내각을 형성하고 있는 공명당이 소상공인 지지층이 많다는 것 역시, 대규모 휴업 등이 가능한 긴급사태 선언에 소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현역 5선 일본 국회의원까지 지난달 말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병원으로 갔다가 돌연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본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의원은 모두 6명이나 된다.

엉거주춤 자세는 긴급사태 선언을 앞두고 있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일본의 긴급사태 선언은 유럽의 도시 봉쇄와는 거리가 멀다. 일본법률상 긴급사태가 선포돼도 음식점 등 점포들이 휴업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율 사항이다.

일본 정부는 휴업·영업시간 단축 등에 응하지 않는 점포들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표해 일종의 '망신주기'로 동참을 끌어낸다는 입장을 흘리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스가 총리 자체가 긴급사태 선언에 썩 내키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긴급사태 시행이란 메시지 자체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일본인 격리 자율에 맡겨
한·일 양자간에는 방역에 대한 접근법에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이 주민등록번호를 핵심으로 위치정보, 계좌정보, 신용카드 사용 정보 등을 방역의 강력한 수단으로 삼는 반면, 과거 잘못된 전쟁에 국민을 동원한 경험이 있는 일본에서는 국가의 개인정보 취득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과거 인터뷰했던 한 일본의 대학 교수는 "한 번 국가에 속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4일 도쿄올림픽 개막(7월 23일)까지 200일 남았다는 것을 알리는 전광판 앞에 한 남성이 서 있다. 로이터 뉴스1
지난 4일 도쿄올림픽 개막(7월 23일)까지 200일 남았다는 것을 알리는 전광판 앞에 한 남성이 서 있다. 로이터 뉴스1

한국의 격리가 엄격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 이뤄지는 반면, 일본의 격리는 '자율'이다.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중인 환자들이 어디있는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본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 습득의 문제가 방역 행정망 가동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한국식 주민번호인 '마이넘버' 도입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나, "내 정보를 왜 국가가 알려고 하느냐"는 반발에 국민의 70% 정도가 주민등록제 도권 바깥에 놓여있다.
물론, 국가의 개인정보 활용과 인권의 문제는 한국 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확진자 수를 놓고선, 인구수 대비로 일본이 한국보다 월등히 많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인구가 한국보다 2.4배 많지만,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보통 인구 수 대비 정비례하는 게 아니라 거듭제곱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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