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이체한도 올리려면 직접 오셔야 해요"… 은행의 ‘반쪽 비대면’

이용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6 17:27

수정 2021.01.06 17:27

비대면으로 시중銀 계좌 만들어도
일부 업무는 여전히 영업점 가야해
당국 "강제 없다"에도 보안 이유 고수
손쉽게 변경 가능 인뱅으로 고객 이동
#. 지난해 12월 29일, 뱅킹 앱을 통해 50만원을 송금하려던 A씨는 '1일·1회 한도 30만원'에 막혀 은행 영업점 입출금 창구를 통해 송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체한도 상향을 위해 "신분증·재직증명서를 들고 다시 은행에 와야 한다"는 말에, 생각을 바꿨다. 아예 A씨는 앱을 통해 이체한도 상향이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에 계좌를 만들기로 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비대면 통장개설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이체한도 상향' 등의 업무는 오프라인 창구에서만 가능했다. 가뜩이나 영업시간 축소와 무인점포 확대 등으로 은행 영업점 방문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은행의 '반쪽짜리 비대면 혁신'으로 고객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은 '대면 방식' 고수

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입출금 계좌를 만들어도, 이체 한도와 횟수를 바꾸기 위해서는 영업점에 방문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는 정부가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등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2년 11월부터 시행한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에서 시작됐다. 특히 2015년부터는 통장발급 요건을 강화, 은행에서 신규 계좌를 만들 때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와 관련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했다. 처음 입출금 통장을 개설해 '한도계좌'인 상태에서는 이체한도가 은행창구 100만원,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인터넷·모바일뱅킹 30만원으로 제한된다. 결국 비대면으로 신규 계좌를 만들어도 본격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영업점에 들러야 한다.

또 은행별로 요구하는 증빙 서류가 달라, 고객들이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도 고객의 번거로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당국이 해당 제도를 각 은행별 자율에 맞겨 같은 급여계좌를 개설하는 데도 은행이 인정하는 서류는 제각각인 상황이다. 예컨대, 우리은행은 명함,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중 하나를 가지고 방문하면 된다고 안내한 반면 기업은행과 우체국의 경우 명함은 증빙 서류 목록에 없다. 대신 급여명세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을 인정한다.

■ 당국 "비대면 인증 도입 문제 없어"

사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고, 금융권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며 비대면으로도 신규계좌의 한도를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카카오뱅크와 우체국 신규계좌는 스마트 뱅킹 앱을 통해 계좌 한도를 해제·변경할 수 있다. 우체국은 급여내역, 건강보험 납부내역 등 증빙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뱅킹 앱에 올리면 5일 이내에 일반 계좌로 전환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도 공과금 고지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6가지 서류 중 하나를 선택해 앱으로 제출하면 3일 이내 한도계좌를 풀 수 있다.

금감원 역시 금융거래 목적 확인 시 '대면 절차'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앱을 통해 증빙서류를 제출, 한도계좌를 해제해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금융당국 규제와 보안을 이유로 대면 확인 절차를 고수하고 있다.
금융사기 예방에 대한 추가 대책이 없고, 대면 방식이 익숙한 고령층 고객들에게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일부 시중은행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 비대면으로 신규 계좌의 한도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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