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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대세가 된 ESG, 어떻게 봐야 할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6 18:00

수정 2021.01.06 18:00

[fn시평] 대세가 된 ESG, 어떻게 봐야 할까
코로나 대유행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유동성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ESG투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누구 할 것 없이 ESG투자 강화에 나서는 데다 SK, 한화 등 대기업들도 ESG경영을 적극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위기가 오면 주로 죄악주(sin stocks)가 각광받았다. 경제가 망가져 살기가 어려워지면 고통과 좌절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담배, 도박 등에 빠져들어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해치는 기업의 성과가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죄악주와 정반대로 ESG에 충실한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결국엔 선(善)이 승리하리라는 막연한 당위 혹은 과거에도 나타났던 사회적책임투자(SRI)의 연장으로 보기에는 확산 범위와 속도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몇 가지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위기에 빠진 데 대한 반성의 의미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야기된 이번 경제위기는 기후변화는 물론이고 부실한 의료시스템, 소득불평등 심화 등 다방면으로 ESG와 맞물려 있다. 각국이 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반성 후 규제의 초점을 사회·자연의 생태계 복원에 초점이 맞출 것이고, 따라서 지속가능한 금융의 모멘텀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정책적 측면을 따로 떼어 보아도 코로나 위기를 맞아 역할이 커진 각국 정부가 ESG를 기준으로 세금을 감면하고 투자정책을 펼치면서 ESG투자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경기를 부양키 위해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는 기준으로 각국 정부는 ESG라는 잣대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화 진전으로 초연결 사회를 가속시키는 기술적 변화도 ESG 확산의 한 축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연결성이 증폭되면서 경제주체 사이의 상호 연관관계가 더욱 밀접해짐에 따라 어떤 경제적 행동이 의도치 않게 다른 경제주체의 이해에 영향을 주는 외부경제효과가 더욱 뚜렷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ESG투자는 외부효과가 큰 투자라는 점에서 기술발전이 ESG를 가속시킨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ESG 가운데 상대적으로 불명확했던 S(사회)의 개념이 점차 구체화하면서 ESG의 실체가 다듬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지적했듯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상당수 기업에서 근로여건이 악화됐다는 인식에 따라 ESG투자펀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예다.

요컨대 경제위기와 기술변화에 따라 ESG가 대세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디지털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기술변화는 이어질 것이고, 경제위기는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위기대응을 위한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면서 사회공헌이라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ESG가 세계 공통의 가치관이 되면서 국제적인 노력도 이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포괄적 의미에서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ESG스코어가 기업들의 필수요건이 되고, 신용등급만큼이나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SG가 투자를 넘어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기업의 ESG성과가 거시경제의 성장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제조업 비중이 높아 환경(E)을 중심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ESG 흐름이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신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LG경제연구원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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