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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스피 3000 시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6 18:00

수정 2021.01.06 18:00

유동성이 끌어올린 주가
섣부른 샴페인 경계해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26.84포인트(0.90%) 오른 3,017.41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26.84포인트(0.90%) 오른 3,017.41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피가 6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한때 3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2007년 7월 2000을 넘은 지 14년 만이다. 1000 진입(1989년 3월)부터 따지면 32년 만이다. 1980년 지수가 100이었으니 시가총액은 당시에 비해 30배 올랐다.
일등공신은 동학개미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60조원 넘게 주식을 샀다.

더 밑바닥엔 막대한 시중 유동성이 있다. 초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증시로 밀려들었다. 시중에는 '지금 주식을 안하면 낙오(낙동강 오리알)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증권업계는 새해에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지금 같으면 3200선은 거뜬해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속 이뤄지면서 확산세가 어느 정도 잦아들면 글로벌 경기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코스피 3000은 분명 경제에 청신호다. 증시 활황은 기업투자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한다. 문제는 증시가 실물경제와 따로 논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아직 확실히 잡히지 않았는데 증시만 과열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

경제 투톱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라 경고음을 울린 것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홍 부총리는 5일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올해 잠재위험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가계·기업·정부의 빚이 쌓인 데다 내수위축 등으로 실물경제가 쪼그라들었는데 증시만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현 상황을 이상과열로 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주가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가 3000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비관론을 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자꾸 주가를 언급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코스피 3000 진입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흥분할 일도 아니다.

미국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던 2000년대 초반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시장이 '비이성적 과열'에 휩싸였다며 자산거품을 경고했다. 이 경고는 결국 2008년 금융위기로 나타났다.
주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격언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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