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코로나19 확산 속 보건의료 인력 확충 노력 '없었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1 10:26

수정 2021.01.11 10:26

간호사·의사 배출 줄고, 조무사 늘어
‘국시거부’ 의대생 구제한다는 정부
정작 보건의료 인력 충원엔 '뒷짐'
의료기관에 내맡겨진 현실 참담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정부가 코로나19 국면에도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에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인력을 자율적으로 채용하도록 맡겨뒀다는 것이다.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관련법에 따라 인력 수급 계획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는 1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한 해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fnDB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한 해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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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인력 충원노력 '없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사 수는 22만4656명이다. 전년 동기보다 1만954명(5.1%) 늘어났다.

문제는 증가율에 있다. 5.1%는 최근 10년 간 연평균 간호사 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2019년 3분기는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크게 늘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연 평균 간호사 증가율은 7%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방역을 책임지는 인력인 간호사를 예년보다 적게 충원했다는 뜻이다.

의사 쪽은 사정이 더욱 안 좋다. 의사 배출은 의대 졸업생 수에 묶여 매년 2000여명이 늘어나는데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공의를 마치면 상당수가 공공의료와 관련 없는 업종으로 빠지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인력으로 보기 어렵다. 그마저도 지난해 전체 3분기 전국 의료기관 종사 의사수는 10만8167명에 불과했다. 은퇴자가 늘어난 탓에 전년도보다 증가율이 낮았다.

사실상 코로나19 국면 속에 정부가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간호사와 의사 확충을 충실히 하지 않았단 게 여실히 증명된 것이다.

현장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왔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다수에서 인력확충을 위한 정부의 직접적인 유인책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병원급 의료기관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보건의료인력 고용을 유도하는 유인이 있었냐는 질문에 “전하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며 “간호관리료 차등제라고 병상당 간호인력을 충분히 고용한 병원에 수가를 보전해주는 혜택이 있긴 한데 원래 있던 거고 구멍이 많아 유인책이 못된다”고 비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방치된 의료현장··· 인력충원속도 둔화
정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간호사와 의사 등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응해 2019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제정했다. 국제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보건의료 인력을 확충해 보건의료의 체력을 키우자는 목적이었다.

문제는 관련 정책을 구체적으로 심의하고 확정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가 1년 넘게 구성조차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법을 다시 개정해 위원회 구성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췄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상황이 심각한 지난 1년을 허비했다.

간호사 등 보건의료 핵심인력 충원속도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도 저조한 사태가 발생한 배경이다.

보건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는 동안 일선 의료기관은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의료인력 확충 대신 간호조무사 인력 고용을 늘린 것이다. 간호사와 의사 모두 전년보다 적게 늘어났는데 간호조무사 증가율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10년 간 평균 증가율이 5.6%인 간호조무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동기보다 8%가 늘어났다.

전체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비율은 51.9대 48.1로 4년만에 가장 가까이 좁혀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환자가 줄어든 일부 의료기관이 간호조무사 인력을 더 고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인력 현황은 대부분 그 병원의 수익과 관계가 있다”며 “코로나 병상과 중환자실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은 숙련된 간호사인데 워낙 이직과 사직이 많고 현장의 간호사 부족 현상이 만성적이다 보니 이런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아 큰 문제”라고 한탄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수차례에 걸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 크게 밑도는 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주무부처 외면으로 공허한 울림만 남겨지는 실정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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