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골 백인 노동자의 박탈감을 꿰뚫다… 평범한 그들이 '트럼피즘'에 열광한 이유 [글로벌 리포트]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0 16:57

수정 2021.01.10 16:57

"도시 엘리트·흑인·이민자들이
우리의 일자리 빼앗아간다"
트럼프가 '사이다'처럼 대변해줘
군중심리에 '애국심' 이용하기도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사태로 5명이 사망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극심한 대치로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애슐리 배빗은 미 공군에서 14년 복역했고, 해외파병 근무도 4차례나 수행한 애국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국심'이라는 선량한 마음을 군중심리에 이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만 봐도 알 수 있다.

숨진 배빗 역시 트위터에 자신을 '재향 군인'이라고 소개하며 애국심을 드러냈다.
은퇴 후 남편과 함께 샌디에이고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윗을 종종 공유했다. 시위 하루 전에는 "그 무엇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계속 시도해도 폭풍은 이미 도착했고 24시간 이내에 워싱턴DC에 내려앉을 것…어둠에서 빛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사망자 3명은 '의료 응급상황'으로 숨졌다. 폭동 진압에 나선 경찰관 1명도 사망했다. 또한 의사당 난입과 관련대 시위대 52명이 체포됐다.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은 '시골에 거주하고 교육수준이 높지 않은, 중장년의 백인 노동자 계층'으로 분석된다.

백인이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소외된 계급이기도 하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미국은 지역과 계급으로 나뉘는 두 개의 나라가 됐다. 미 우파 정치평론가 마이클 린드는 지난해 발표한 저서 '신 계급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 사실상 백인 노동자 계급과 신자유주의 특권층의 대결이라고 묘사했다.

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미국은 정부와 기업, 거대 노조를 이룬 노동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번영하면서 진보적인 대도시 지역의 지식노동자와 시골 지역, 쇠락한 산업 도시들의 보수적이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주민들 사이에 균열이 커졌다.

또 미국의 경제 발전이 도시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낙후된 시골 주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시골에 사는 백인들은 도시 엘리트와 흑인,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가져갈수록 자신들의 삶이 나빠진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거품경제가 폭발한 2008년 금융위기는 결정적이었다.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로 보통 사람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지만, 금융자본가 등 도시에 사는 소수 기득권층이 부의 90%를 차지했다. 쇠락한 전통산업 노동자, 보수 성향 백인 중산층들은 문제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누군가 바로잡아주기를 갈망했다.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 앞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직설적 발언, 그런 정책을 강행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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