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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관세행정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0 18:00

수정 2021.01.10 18:00

[차관칼럼]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관세행정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를 전 세계에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는 한국이다. 이 디스플레이 모듈을 2010년 폴란드가 'TV부분품'으로 분류해 관세 5%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일이 있었다. 우리 수출기업으로서는 500억원의 관세를 추징당할 위기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거액의 관세도 문제지만 관세만큼 지속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기업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관세청은 관세 0%인 '액정표시장치(LCD)'가 타당하다고 폴란드 관세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데 성공해 기업 부담을 덜어줬다. 나아가 6년의 노력 끝에 2019년 세계관세기구(WCO) 품목분류위원회를 통해 국가별로 다르게 분류하던 디스플레이 모듈을 하나의 품목분류로 통일하는 합의를 주도해 분쟁 가능성을 아예 없앴다.


폴란드뿐만 아니라 WCO 내 많은 국가들이 우리의 주장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그만큼 높아진 우리 관세행정의 국제적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WCO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183개 회원국이 참여 중이며 회원국 간 무역량은 전 세계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WCO 내 고위급 간부를 배출하지 못하던 우리가 드디어 2019년 능력배양국장 배출에 성공, 국가위상을 크게 높였다. 능력배양국장은 개발도상국들의 관세행정 제도 개선과 인프라 현대화 지원을 총괄하는 자리다. WCO 간부배출은 높아진 대한민국 국격에 걸맞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세계 관세당국과 협상력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관세청은 이전부터 2010년 아태지역교육센터 지정, 2011년 아태지역정보센터 유치, 2018년 아태지역관세분석소 지정 등에서 보듯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관세행정 역량을 WCO로부터 인정받아 왔다. 지난해에는 지역탐지견훈련센터에 지정돼 WCO 아태지역 가입국 최초로 4개 지역기구 유치 및 지정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를 선도할 충분한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관세행정의 높아진 위상은 개도국들이 한국형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를 도입했거나 하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전산시스템 도입에 그치지 않고 제도와 절차 등 우리의 관세행정 전반을 배우려고 한다. 이에 관세청은 국제훈련인증교관제를 도입, WCO 인증을 받은 국제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교역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4월, 관세청은 자유무역협정(FTA) 특혜 세율 적용을 위한 원산지검증을 간소화하는 내용의 비상대응 지침을 유럽연합(EU)에 제안했다. 그 결과 EU회원국뿐만 아니라 EU회원국과 FTA를 맺은 다른 국가들까지 즉시 시행에 동참함으로써 세계적 기준으로 확산됐다. 우리 관세행정의 위상뿐만 아니라 선제적 업무역량에 대한 각국 관세당국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각국 관세당국은 비대면 추세에 맞춘 유니패스 원격개발,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엑스레이 등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관세행정에 접목 중인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외국영화에 배타적이던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다음달 BTS가 그래미상을 거머쥐게 되면 미국 3대 음악상을 모두 받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문화콘텐츠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란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관세청도 선진 관세행정으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노석환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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